러시아 국경 넘은 김정은···교도 "12일 또는 13일 정상회담"
美 "무기 이전은 안보리 결의 위반···추가 제재 주저 않을 것"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소문만 무성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만남이 성사되는 분위기다. 정상회담이 이뤄질 경우 양국의 ‘무기 거래’가 핵심 의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이들이 실제로 무기 거래에 나설 경우 추가 제제를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매체 베스티 프리모리예는 12일(현지시간) 철도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의 열차가 러시아 국경을 넘어 연해주 하산 지역을 지나 우수리스크 방향으로 이동 중"이라고 보도했다.
복수 외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러시아 국경을 넘은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측은 북한과 러시아 접경지역인 하산역에 김 위원장이 도착하자 환영 행사도 열어준 것으로 파악됐다.
김 위원장이 탄 열차는 당초 유력한 회담지로 거론됐던 블라디보스토크를 지나 더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 복수 외신은 전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김 위원장과 푸틴의 회담이 12일 블라디보스토크 또는 13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개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직까지 두 정상이 구체적으로 언제, 어디서 만날지 공개되진 않았지만 두 정상의 만남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큰 것은 사실이다. 둘의 만남이 성사된다면 이는 2019년 4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첫 만남을 가진 지 4년5개월 만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전날(11일) "(러시아) 방문 기간 김정은 동지께서 푸틴 동지와 상봉하시고 회담을 진행하시게 된다"고 보도했다. 크렘린궁은 이날도 “푸틴과 김 위원장의 회담이 러시아 극동서 수일 내 열릴 것”이라고 발표하며 둘의 만남을 기정사실화했다.
두 정상의 만남이 성사된다면 가장 큰 화두는 무기거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는 서방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일찌감치 무기 고갈설에 휩싸였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할 북한의 재래식 무기를 받길 원한다. 최근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연이어 실패한 북한도 러시아 측에 최신 군사기술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이같은 관측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정 박 미 국무부 부차관보 겸 대북정책부대표는 이날 워싱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개최된 한국 국립외교원과 CSIS의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북러 정상회담에 대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쓸 상당량 및 다종의 탄약을 제공받는, 점증하는 북러간 무기 거래 관계를 매듭짓기 위한 일련의 대화의 최종 단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이번 회담을 통해 실제로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가 이뤄질 시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이번 회담의 결과를 매우 면밀하게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북한에서 러시아로의 어떠한 무기 이전도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러시아의 전쟁을 지원하는 어떤 단체나 국가에 대해서도 공격적으로 제재를 집행해왔다"며 "계속 이런 제재를 집행할 것이며 적절하게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는 데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