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CEO 위험투자 적어 리스크 관리 뛰어나”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유통업계가 지난해부터 ‘최연소‧여성’ 타이틀의 CEO를 대거 중용하는 가운데, 올 하반기 어떠한 전략으로 불황 파고를 넘길지 귀추가 주목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高) 현상’으로 경영 환경이 어려워진 만큼 여성 CEO들은 핵심 사업을 극대화하는 한편, 하반기 막판 수익성 제고에 총력을 가하고 있다.
먼저 지난해 10월 CJ올리브영 최초 여성 CEO이자 CJ그룹 내 최연소 CEO가 된 1977년생 이선정 대표는 2006년 올리브영에 입사해 영업본부장과 MD사업본부장 등을 거쳤다. 올해 올리브영의 라이프스타일 사업 확장에 집중해 호실적을 기록했다. 올리브영의 올 상반기 매출은 1조7966억원으로, 2020년 1조원대였던 올리브영의 연매출은 올해 3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기존 화장품 위주에서 라이프스타일 부문까지 상품 구성을 확장하는데 공들이고 있다. 주력 소비층인 20~30세대의 관심사를 반영한 제품군 강화로 고객 유입을 늘리고, 락인 효과(Lock-in)까지 거둔다는 차원에서다. 이 대표는 취임 직후인 지난해 11월 ‘W케어’를 선보였다. 이 사업은 여성 웰니스에 초점을 맞춰 20·30세대 여성 고객을 대상으로 월경 주기별 알림과 시기별 맞춤 상품 추천 등을 제공, 고객의 애플리케이션(앱) 방문 빈도를 늘리고 충성 고객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올 초 SK그룹에서는 11번가에서 안정은 최고운영책임(COO)을 첫 여성 CEO로 선임했다. 하형일 사장과 각자 대표로 공식 취임한 안 대표는 야후코리아, 네이버, 쿠팡, LF 등을 거친 이커머스 서비스 기획 전문가다. 안 대표 체제 이후 라이브 커머스와 익일배송 서비스 등을 선보인 11번가는 고객 경험을 확대하기 위한 새 버티컬 서비스로 지난 2월 신선 밥상(신선식품 직배송)과 3월 우아럭스(명품 전문관), 4월 리퍼블리(리퍼상품 전문관)를 잇따라 출시해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신선 밥상과 우아럭스는 지난 4월 론칭 첫 달 대비 구매 회원 수가 각각 33%, 32% 증가했고 리퍼블리는 연말까지 목표했던 약 1500종 리퍼 상품 입점 계획을 론칭 첫 달에 초과 달성했다. 최근 형식적인 업무 보고를 탈피하고, 효율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리더 한 사람에게 겸임 없이 하나의 목표에만 집중토록 하는 방식을 도입해 내부 호응을 얻고 있다. 11번가는 지난 6월 전년 대비 70억원 이상 개선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오픈마켓 사업 기준 올해 상반기의 영업손익도 전년 동기 대비 290억원 이상 개선됐다.
반면, 지난해 말 인사에서 LG그룹 최초의 여성 CEO로 임명된 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이 이끄는 LG생활건강은 올 상반기 LG생활건강의 실적은 저조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0.5%, 영업이익은 22.5% 감소했다. LG생활건강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외부 요인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이 대표는 조직 쇄신과 글로벌 시장을 재편하는 전략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달 50세 이상 부문장·팀장 또는 만 7년 이상의 부문장 직급, 만 10년 이상 팀장 직급 직원을 대상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또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글로벌 최대 뷰티 시장인 북미 지역에서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유럽과 중동·아프리카, 아세안 등으로 해외사업을 다변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통업계는 주요 소비자들인 여성의 소비패턴을 더욱 잘 파악할 수 있는 여성 CEO들이 유리천장을 깨고 전진에 배치되고 있다”며 “아직 경기침체 장기화로 눈에 띄는 실적을 기록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여성 CEO는 일반적으로 한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는 남성 CEO보다 리스크 관리가 뛰어나다고 평가 받는 만큼 앞으로 여성 CEO들이 경영 일선에서 기업이 직면한 과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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