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적자극복 등 과제 산적…성과총력체제 구축 속도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유통업계가 수장 교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적 부진과 체질 개선을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그간 코로나‧인플레이션 등으로 경영난 보릿고개를 맞이한 국내 유통업계는 2020년부터 인사 시기를 예년보다 한 달 여 가량 앞당겨 진행해왔다. 올해 역시 경영 위기감이 지속 고조됨에 따라 인적 쇄신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PC는 주요 계열사 리더 자리를 바꿔 끼우며 산재 낙인 벗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SPC는 지난해 각종 산업재해로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으며 불매운동의 타깃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평택 SPL 제빵공장에선 20대 근무자가 숨지는 참변이 발생한 바 있다. 이후 8일 만에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샤니 제빵공장에서 40대 근로자가 기계에 손가락이 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첫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에서 식품산업안전분야 최고 전문가를 중용하며 노동환경 개선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지난 2월 SPL은 SPC의 식품산업안전분야 최고 전문가로서 안전경영본부를 총괄하고 있는 박원호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동시에 기업의 성장동력인 해외사업에도 힘을 준다. 파리크라상은 한국 각자대표이사와 중국법인 대표이사를 겸직하던 이명욱 부사장을 중국 현지로 파견해 전담토록했다. 코로나19로 수년간 어려움을 겪었던 중국 시장이 최근 봉쇄를 완화하고 경기 부양에 나서는 등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어 사업을 적극 강화한단 복안이다.
올 상반기 적자 전환한 신세계그룹은 성과총력체제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2024 정기인사서 대표이사의 약 40%를 전면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신세계 대표이사엔 신세계센트럴시티 박주형 대표를 내정했다. 박 대표는 신세계와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를 겸직하게 된다.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등 오프라인 유통 사업군을 단일 대표체제로 전환하고, 조선호텔앤리조트 한채양 대표에게 이마트 대표이사직을 맡겼다.
신세계푸드와 신세계L&B는 신세계푸드 대표인 송현석 대표가 겸직해 시너지를 확대하게 된다. 신세계프라퍼티와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신세계프라퍼티 임영록 대표가 겸직하게 된다.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 및 재무부담이 가중된 롯데그룹의 정기 임원 인사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상현 롯데유통군 총괄대표 겸 부회장, 정준호 롯데쇼핑 대표,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 최홍훈 호텔롯데 월드사업부 대표, 노준형 롯데정보통신 대표 등이 내년 3월 사내이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HQ 조직이 축소되거나 재편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가전 양판점 업계 양강인 전자랜드, 롯데하이마트도 수장 교체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자랜드는 지난 8월 김형영 유통사업부 상품팀 상무를 대표직에 앉혔다. 김 신임 대표는 1994년 전자랜드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30년간 판매사원, 영업팀장, 지점장, 지사장, 상품팀장, 유통사업부장 등 주요 보직을 거친 인물이다. 김 대표 유료 회원제 매장 ‘랜드500’ 점포 확장을 통해 실적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연내까지 최대 15곳의 LAND500 매장을 연다는 계획이다.
롯데하이마트는 가전 수요가 줄며 수익이 악화되자, 지난해 12월 롯데슈퍼 대표를 지낸 남창희 대표를 선임했다. 비효율 점포는 폐점하고 상권 특성 반영 리뉴얼을 통해 흑자전환했다. 롯데하이마트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16% 치솟은 78억원을 달성했다. 재고 건전화, 점포 경쟁력 강화, 물류 효율화, 서비스 확대 등 체질 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제고했단 평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구감소, 인플레이션, 세대교체 등 주력 사업의 기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내외 변수를 딛고 혁신적으로 미래성장동력을 구축해나갈 능력을 지닌 인재를 중용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성과에 기반한 인사와 이를 뒷받침할 내부 조직 구조 및 시스템 구축은 향후 더욱 선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