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불어난 조달비용에 이자잔치 끝…KB만 홀로 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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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불어난 조달비용에 이자잔치 끝…KB만 홀로 선방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3.10.22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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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은행 자회사 부진·충당금 부담 등에 순이익 꺾여
유일하게 성장세 유지한 KB금융은 '리딩금융' 사수
금융지주들의 실적이 3분기부터 제동이 걸린 가운데 KB금융만이 홀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사진=각 사
금융지주들의 실적이 3분기부터 제동이 걸린 가운데 KB금융만이 홀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사진=각 사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고공행진을 이어오던 주요 금융지주 실적이 3분기 들어 꺾이고 있다. 조달 비용이 늘어 가장 큰 수입원인 은행 순이자마진(NIM)이 대부분 하락한 데다가 비이자이익을 담당하는 비은행 자회사 성적도 부진할 거로 점쳐지면서다. 하반기 중 부도시손실율(LGD) 조정으로 인한 추가 충당금 적립 영향도 있다.

22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KB·신한·하나·우리) 금융지주 3분기 당기순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4조3179억원이다. 이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해 3분기(4조8876억원) 대비 11.7%(5697억원) 쪼그라든 규모다.
금융지주별로 살펴보면 KB금융지주만 나홀로 선방한 모양새다. KB금융만이 1년 전보다 순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3분기 순이익이 1조3452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2713억원)보다 5.8%(739억원) 증가해 ‘리딩금융’ 자리를 사수할 전망이다. 반면 나머지 3대 금융지주 실적은 후퇴할 가능성이 크게 점쳐졌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3분기 1조5946억원에서 올해 3분기 1조1968억원으로 24.9%(3978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하나금융(1조1219억원→9367억원)과 우리금융(8998억원→8392억원)도 각각 16.5%(1852억원), 6.7%(606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3분기 금융지주 실적 희비를 가른 것은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꼽힌다. 3분기 은행권 평균 NIM은 지난해 판매된 고금리 예금 만기 도래와 조달 비용 상승 등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0.02%포인트(p) 떨어질 것으로 증권사들은 예상했다. 하지만 KB금융의 경우 계열 은행인 KB국민은행 이자 마진이 종전 수준을 유지하거나 0.01~0.02%p 상승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적을 지켜낼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저원가성 예금을 가장 풍부하게 보유해, 자금조달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차이가 나타난 배경으로는 △핵심 예금 증가로 인한 KB금융의 NIM 상승 △대표 비은행 자회사인 KB손해보험의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 효과 △상반기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 영향 등이 꼽힌다. 대출 자산 리프라이싱이 지속되는 가운데 KB국민은행은 핵심 예금 증가로 NIM이 오히려 0.01~0.02%p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다른 은행에 비해 높은 NIM 방어력을 보여주고 있다. 또 하반기 중 1000억원 내외 한화오션 충당금 환입이 예정돼 있고, 과거 보수적 충당금 적립 기조로 인해 하반기 대규모 충당금 적립도 피해갔다는 평가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자산규모 4위인 KB손해보험의 IFRS17 도입 수혜가 지속되고 있다"고도 분석했다. 다른 금융지주들의 경우 증권사와 카드사 등 비은행 계열사의 부진도 금융지주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특히 증권사는 3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보다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면서 ‘어닝쇼크’ 긴장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카드사 역시 조달비용 상승과 카드수수료 조정 등 영향으로 업황에 먹구름이 꼈다. 무엇보다 나머지 금융지주는 은행 NIM 하락과 비은행 자회사 순이익 감소 등으로 인한 수익 부진이 전망된다. 지난 3년여간 이어왔던 금리 인상 효과가 올 하반기부터 추세적으로 꺾일 것이라는 해석이다. 수신 경쟁으로 조달 비용이 늘어난 데다가 우리금융의 경우 이란 동결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저원가성 핵심 예금도 큰 폭 줄었다. 일회성 비용도 금융지주 실적 향방을 가른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례로 신한금융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큰 실적 하락 폭이 예상됐다. 신한증권이 젠투 펀드 관련 소비자와 사적 화해를 결정하면서 1000억원 규모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해 3분기 신한투자증권 사옥 매각 이익 등이 발생한 데 따른 기저효과도 반영됐다. 한편 금융지주별로는 종전 순위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분기 기준 1조3452억원의 순이익이 예상되는 KB금융이 선두를 달리고 그 뒤를 신한금융(1조1968억원), 하나금융(9367억원), 우리금융(8392억원) 순으로 쫓는다. 올 상반기 실적이 가장 좋은 '리딩금융'이었던 KB금융만이 성장세를 지속하면서 나머지 금융지주와 격차를 더 벌릴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실화에 대비해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서 3분기뿐만 아니라 하반기 전체 실적 전망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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