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 증권·카드 부진에 순이익 뒷걸음
은행 누적 이자이익은 사상 첫 '30조' 달성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금융지주의 은행 계열사들이 올해 3분기 10조원을 웃도는 이자이익을 거뒀다.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가계·기업대출이 늘면서 이자수익이 증가한 결과다.
문제는 비은행 계열사다. 올 3분기까지 5대 은행의 누적 이자이익도 사상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어섰지만 비은행 부문의 부진이 이어지며 KB금융을 제외하곤 순이익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3분기 5대 은행의 이자이익 총액은 10조445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10조2048억원)보다 2.4% 증가한 것으로 전 분기(10조3948억원)에 비해서도 0.5% 늘었다.
다만 증권과 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 실적은 부진을 이어갔다.
5대 금융 증권 계열사 네 곳의 올 3분기까지 합계 순이익은 1조378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5.5%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카드 계열사 다섯 곳의 순이익도 작년보다 4% 줄어든 1조479억원으로 집계됐다. 단 보험 계열사 여덟 곳은 올해 도입된 새 회계기준(IFRS17) 효과로 작년보다 순이익이 3% 증가한 1조5869억원을 기록했다.
더구나 비은행 사업 확대로 수익을 다각화하겠다던 5대 금융의 은행 의존도는 오히려 심화했다. 금융지주 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하나금융이 작년 3분기 78.7%에서 올 3분기 92.9%로 상승했다. 우리(89.2%→94.0%) 농협(74.0%→78.5%) 신한금융(60.6%→68.4%)도 은행 의존도가 높아졌다.
금융사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자산 대비 이자이익 비율)은 5대 금융 모두 나빠졌다. KB금융의 3분기 NIM은 전분기보다 0.01%포인트 내렸고 신한(2.0%→1.99%) 하나(1.84%→1.79%) 우리(1.85%→1.81%) 농협(1.98%→1.96%)도 수익성이 악화했다.
금융권에선 4분기에도 NIM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발 ‘긴축 장기화’ 여파로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16년 만에 연 5%를 돌파하는 등 조달비용이 치솟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해 대출자산 증가세도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국내 주요 은행은 지난해부터 '이자 장사에만 열중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대손충당금 등을 쌓으며 손실 완충력을 강화하는 데 힘써왔지만 결과적으로 실적 성장세는 지지부진하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저원가성 예금에서 나오는 이익이 늘어난 데다 대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자산 확대도 병행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