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정체 및 환경·가계 부담 증가 우려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내년부터 친환경보일러 교체지원금이 사라져, 시장 성장 정체와 환경 및 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일반가정에 대한 친환경보일러 교체지원금 10만원을 없앴다. 환경부는 저소득층 가정에만 6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며, 그마저도 선착순 2만명으로 제한할 방침이다.
해당 제도는 본래 국민들에게 환경오염에 영향을 덜 끼치는 친환경보일러 설치를 권장해, 대기질을 관리하겠다는 취지로 시행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20년 4월부터 ‘대기관리권역법’을 시행해 서울시 전지역을 포함해 국내 주요 도시의 대기질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여기에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등 대기오염 물질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 보일러 설치를 의무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친환경보일러는 통상적으로 일반 보일러보다 20~30만원 가량 비싼데, 교체지원금을 제공해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자는 의도다.
다만 정부 보조금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것이 문제다. 올해는 예산(342억원)이 전년(396억원)보다 줄었을 뿐 아니라 1인당 구매보조금도 줄었다. 법안이 시행됐던 2020년 당시 일반가정에 대한 교체 보조금은 20만원이었다. 지난해엔 10만원으로 줄어들었고, 내년에는 아예 사라지는 것이다.
아직 교체를 하지 않은 가정들은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된 만큼, 향후 교체율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법령 시행일인 2020년 4월 3일 이전에 설치한 가정용 보일러를 교체할 경우 의무가 적용될 뿐, 기존에 사용하던 보일러를 당장 친환경 제품으로 바꾸라는 의미는 아니다. 서울시 등 지자체에서도 각 가정에서 보일러를 교체할 시 친환경 보일러로만 교체하거나 신규로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원을 축소한 배경에 대해 정부는 당초의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 측은 “미세먼지 관리 종합계획에 따른 친환경보일러 보급 목표였던 120만대를 초과 달성(135만대 지원)함에 따라 저소득층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재정을 집중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내년엔 저소득층 가정에 대한 친환경보일러 보조금을 올해 1만대 대비 2배 확대해 총 2만대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문제는 차지하더라도, 문제는 국민들이 부담하게 될 에너지 요금이다. 환경부는 올해 5월에도 친환경보일러 보조금 지원 사업을 홍보하며, 가스비를 최대 44만원 절감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최근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가스 요금 인상은 필요하다고 밝힌 상태다. 가스요금은 지난해에도 4·5·7·10월 네 차례에 걸쳐 요금을 인상됐으며, 지난 5월 16일 도시가스 요금을 메가줄(MJ) 당 1.04원 올린 뒤, 3분기 요금을 동결한 바 있다. 난방 수요가 늘어나는 겨울에 대비해 연비를 절약할 수 있는 친환경보일러의 보급이 절실한 상황이다.
경기도 안성의 보일러 설치 기술자는 “정부가 저소득층에게 지원을 집중한다는데, 보통 이들이 사는 집은 자가가 아니라 전·월세다. 이들이 자기 돈으로 설치·교체를 할 리는 없고 집주인이 허락해줘야 이뤄지는 건데, 수요가 그리 많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보일러 사업은 당분간 정체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