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국내 4대 금융그룹이 천문학적인 액수의 대규모 토지와 건물을 전국에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자산에 대한 자산재평가가 장기간 이뤄지지 않은 만큼 이들 회사가 보유한 부동산의 실제 가격은 장부가액보다 최소 수십%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권 일각에선 상생 압박을 받고 있는 금융그룹들이 비대면 영업 기조로 전환된만큼 부동산 유휴 시설 등을 상생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2일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이 공시한 3분기 분기보고서를 보면, 이들 금융그룹들은 6조9281억원의 토지와 4조8428억원의 건물을 '영업 설비'로 갖고 있다. 총액은 11조7771억원에 달했다.
이 중 KB금융의 부동산 규모가 월등히 컸다. 은행을 비롯한 7개 계열사가 토지 2조2569억원, 건물 2조2448억원 등 총 4조5018억원의 부동산을 보유했다.
나머지 3개 금융그룹은 비슷했다. 하나금융은 토지 1조4221억원, 건물 1조171억원 등 2조4392억원을, 우리금융은 토지 1조4861억원, 건물 9314억원 등 2조4175억원을 각각 보유했다.
또 신한금융은 토지 1조4861억원과 건물 9314억원 등 2조4124억원을 가졌다. 이는 장부가액 기준으로, 시가와 차이가 크다.
장부상 가격이 취득 당시 가격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시가보다 낮게 책정돼 있으며, 특히 토지의 실제 가격은 몇 배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은행 지점은 대부분 역세권 등 교통이 편리한 곳에 있어 그동안 부동산 가격 상승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10년 넘게 자산재평가를 하지 않았다"며 "건물 포함 시가는 장부가액보다 약 30∼40% 정도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산재평가를 하면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고 재무 건전성을 개선할 수 있지만, 법인세 등 세 부담이 가중된다는 이유로 회사들이 꺼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금융그룹들이 전국적으로 보유한 인프라를 활용해 지역 밀착형 상생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의견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온다.
우리금융이 내년 1월부터 전통시장 인근 은행 지점 20여곳의 주차장을 주말 시장 이용객들에게 개방하기로 한 것이 유사한 사례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대면 영업이 확대되면서 기존 영업시설이 텅 비어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남은 공간을 지역 청년이나 소상공인, 스타트업 등의 지원에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