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우리 정치의 봄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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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우리 정치의 봄은 오는가
  • 조현정 기자
  • 승인 2024.02.2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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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정 정경부 차장
조현정 정경부 차장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이 언제 그랬냐는 듯 포근한 바람으로 바뀌고 나무들은 싹을 틔워낼 준비를 한다. 그래서 봄은 희망적이고 미래를 꿈꾸기에 좋은 날씨다. 겨우내 집안에서 움츠렸던 마음을 다잡고 신발 끈을 다시 묶을 수 있게 해주는 계절이 봄이다. 하지만 올해 봄은 유달리 더디 오는 것 같은 느낌이다. 봄 이야기로 시작한 이유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이제는 우리나라 현실에 봄이 오지 않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정치의 부재에 있다. 경제적 지표는 연일 경고음을 내고 있는데 정치권은 이를 듣지 않고 오로지 권력 획득에만 몰입하고 있다.
총선 기간이라는 회피처가 있지만, 민생을 돌볼 정치는 그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 공천이 다 어떻고, 계파가 어쨌다는 이야기만 들려올 뿐 '사과 한 개 만원'이라는 충격적인 현실은 외면받고 있다. 대한민국이 최빈국에서 개발 도상국을 거쳐 선진국 반열에 오르는 동안 정치도 발전을 거듭해왔다. 과정은 삐거덕 거리기도 하고 퇴보와 진보를 반복했을지 몰라도 정치 집단 간 견제와 대립, 그리고 경쟁이 제대로 작동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정치가 극심한 대립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지식인 집단과 고위 공직자를 근간으로 하는 보수와 진보, 지식인과 행동가를 바탕으로 하는 진보의 경쟁은 민주주의라는 정치적 선진화를 동시에 이룩하는 동력이 됐다.
다수 지식인들이 성향에 따라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 누구는 행정가로, 누구는 행동가로 활동하며 대한민국의 경제·노동·환경·복지 등 각 분야의 이론과 실무를 결합해 현재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왔다. 그러면서 시민 의식은 성숙해졌고 이는 정치를 뒷받침하며 끌어올리는 힘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정치에서 위와 같은 경쟁은 사라지고 시민 사회의 연결 지점은 끊긴 듯하다. 지식인 집단은 찾아볼 수 없다. 보수와 담론이 아닌 특정인을 구심점으로 힘을 발휘하는 진보가 충돌하는 것이 작금의 정치가 돼버렸다.  그러는 사이 전 세계는 4차 산업 혁명, 택소노미(친환경 분류체계), 인공지능(AI) 등 코로나 팬더믹 이후 새로운 경제 질서로 재편됐고 이런 흐름에서 우리나라는 변방으로 밀려났다.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다닌다고 한들 국민은 기대하지 않는다. 당장 만원 짜리 사과 한 개에 좌절하는 상황이다. 총선의 시대정신이 '민생'이라고 모두가 이야기하지만 정작 정치인들은 뜬금없는 '운동권 청산'을 들고 나온다. 절망적인 현실은 4월 10일 총선에서 이러한 정치인들을 뽑아 국회로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참신하고 개혁적인 인물을 국민에 제시하지 못하는 정치에 과연 희망이 있을 것인가 의문이다. 안타깝지만 '그래도'라는 부사에 역시 기대를 걸어볼 수 밖에 없다. 무능하고 이기적인 정치인들 속에서 조금이라도 정책과 민생을 이야기하는 후보자들에게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 봄을 불러낼 마지막 수단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치 선진화 과정에는 퇴보와 진보가 반복됐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희망은 언젠가는 발견되고 진정한 봄은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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