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수' 중독 50만명 추산···"초범 처벌·치료 강화 필요"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높은 마약 사범 증가율로 지난 2016년 이미 '마약청정국' 지위를 잃은 대한민국이 올해부터 본격적인 청정국 지위 회복에 나선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처벌은 물론, 보건 위기 상황급 대처가 선행돼야 마약 사범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 마약류 사범 수는 2022년 1만8000명에서 2023년 11월 기준 2만 5000명으로 1년 새 3배 가까이 늘었다. 마약 청정국 지위는 상실한 지 오래다. 유엔(UN)은 인구 10만명당 마약사범 20명을 마약 청정국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2016년 25명을 기록한 뒤 꾸준히 늘어 지난해는 35명에 이른 상태다. 문제는 적발되지 않고 감춰진 '암수'다. 통상 암수는 적발된 마약 중독자 수와 적발 건수의 30배로 추산한다. 즉 국내 마약 중독자는 5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정보기술(IT) 발전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보편화로 마약 유통 경로가 확대됐다. 마약에 접근하는 경로가 다양해지자 마약 사범 평균 연령은 크게 낮아졌고 단속은 그만큼 더 어려워진 실정이다. 대검찰청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 1만8395명 가운데 30대 이하가 59.8%를 차지했다. 30대 이하 마약류 사범은 2018년 5257명이었지만, 지난해 1만988명으로 109% 급증했다. 정부와 경찰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대적인 단속에 나설 방침을 밝힌 가운데, 마약류 반입 경로 차단 역할을 하는 관세청은 올해 업무계획에서 최첨단 장비와 주요 마약 우범국과의 공조를 통해 '마약 청정국 지위'를 회복하겠다고 선언했다. 고광효 관세청장은 지난달 13일 "마약 등 위해물품 반입 차단을 위해 업무체계 개선·정보분석 강화·첨단장비 도입 및 유관기관과의 공조를 다지겠다"며 "태국·베트남·네덜란드 등 마약 우범국은 물론 아세안 및 독일 등과 글로벌 합동 단속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마약류 사범 초범은 재발률이 30~40%에 이르고 40시간 재활교육을 받은 뒤에도 3분의 1이 재발한다"며 "법원이 기소유예를 내리면 마약 중독을 관할할 곳이 사라지는 만큼, 의무 치료와 정기 검사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부 약물 수요가 계속 있는 상황에서 법적 한계가 있을 수 있고 '마약과 전쟁'을 선포했던 국가들 대부분이 실패한 사례가 있다"면서 "마약류 사범이 많이 늘어난 상황에서 법무부나 식약처가 주도하기보다 질병으로 보고 국가 암 사업처럼 보건복지부 영역에서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