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오차범위 내 접전지 열세 또는 역전 당해
"민심에 순응해야"···뒤늦은 '읍소 전략'
매일일보 = 조현정 기자 | 4·10 총선의 가장 많은 의석수가 걸려 있는 수도권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불리한 여론 흐름이 계속되면서 여당 총선 판세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자칫 4년 전 서울에서 8석, 경기에서 7석에 그쳤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조심스럽게 나오는 상황이다. 당 지도부와 후보들이 일제히 '읍소 전략'으로 오차범위 내 접전 지역에서 최대한 표를 끌어모으고 있지만, 이미 굳어진 '정권 심판' 구도를 뒤집기에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서울 지역구는 21대 당시 49곳에서 1곳이 줄어든 48곳, 경기는 1곳이 늘어난 60곳으로 총 108석의 의석이 걸려 있다. 그만큼 수도권 승리가 곧 바로 총선 승리로 연결되지만, 현재 상황은 국민의힘에 어렵게 돌아가고 있다.
4년 전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텃밭인 서울 강남갑·을·병, 서초갑·을, 송파갑·을, 용산 등 8곳을 제외한 41곳 전부를 더불어민주당에 내줬다. 이번 총선에서는 강남 지역을 비롯해 10곳 안팎을 우세 지역으로 판단하고, 서울 동작을 등 '한강 벨트' 일부 접전 지역에서 승리해 '10+α' 이상 의석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선거일을 코앞에 두고 '이종섭·황상무' 논란을 비롯해 '대파 875원' 발언 등 정권발 악재에 당 지도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10석은 고사하고 과거 2020년의 8석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에서 서울 동작을과 강남을 국민의힘 후보와 민주당 후보의 격차가 좁혀지며 이러한 위기론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날 김성태 국민의힘 서울권역 선대위원장은 SBS 라디오에서 "서울‧경기‧인천에서 21대 총선보다 더 어렵다는 목소리들이 사실상 수도권 출마 후보자들의 입에서 노골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 상황은 더 심각하다. 현재까지 여론조사 흐름을 보면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한 7곳 중 경기 동두천·연천·양주을, 여주·양평, 포천·가평 3곳에서만 뚜렷한 우세를 나타낼 뿐 나머지 이천, 용인갑, 평택을, 성남 분당갑에서는 고전하는 상황이다.
특히 '성남의 강남'으로 불리는 분당갑에서 줄곧 앞서던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가 최근 들어 이광재 민주당 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 혹은 역전 당하는 여론조사가 나오는 점은 이러한 상황을 방증한다.
경기신문이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달 21~23일 진행한 성남 분당갑 지역 여론조사에서 이광재 후보 48.4%, 안철수 후보는 40.5%였다(무선 ARS·유선 ARS 504명, 응답률 3.4%, 95% 신뢰 수준에 ±4.4%p,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분당갑은 16대 총선 이래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적이 없는 곳으로, 만약 이곳을 빼앗길 경우 국민의힘이 받을 타격은 치명적이다.
이에 뒤늦게 '읍소 전략'과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을 띄우며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당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인 안철수 후보는 전날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정권 심판론의 쓰나미 앞에 대한민국 운명이 백척간두에 선 위기"라며 "이재명과 조국이 이구동성으로 탄핵을 시사하며 복수혈전을 벼르는데도 우리는 속수무책"이라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정부 여당은 민심에 순응해야 한다"며 "민심이 천심이고, 국민이 항상 옳았다. 국민들이 그만하면 됐다고 할 때까지 국민 눈높이에서 낮은 자세로 다시 시작하자"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