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당' 이미지 굳히기 노림수 해석도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차기 국무총리 인선을 고심하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주호영 띄우기'에 나서면서 눈길을 끈다. 이들은 주 의원의 소통 능력 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야당이 대구·경북(TK) 출신인 주 의원을 통해 여당에 '영남당' 이미지를 덧씌우려 한다는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무총리 후보군에 대한 여러 하마평이 나오는 가운데, 야당인 민주당 일부에서 주 의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주 의원에 대해 "초선 때 같이 상임위원회 활동을 해서 가깝게 지냈고 잘 아는 사이"라며 "굉장히 원만하시고, 유연하시고, 정치력도 있으신 분"이라고 호평했다.
그러면서 "전형적인 TK 출신이지만, 그걸 뛰어넘어서 국민들을 통합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개인적으론 그 정도면 (국무총리로) 괜찮은가"라는 진행자 질문에는 "굉장히 유연하신 분이다. 또 유능하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주민 의원도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주 의원이 다른 국민의힘 의원보다는 훨씬 소통에 능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우리 의원들이 집단으로 모여서 토론한 적이 없다. 누군가 지명이 되고 나면 그다음 당내에서 집단적 토론이 있을 것"이라며 당내 통일된 의견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최근 차기 원내대표 후보에 출마한 박찬대 의원 역시 지난 2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국무총리 요건에 대해 "지금의 총리와는 다른 모습을 분명히 보여줘야 할 그 정도의 성정과 실력은 있어야 한다"며 "주 의원이 성정은 차분하고 합리적으로 알려진 사람"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인사들이 그간 총리 후보자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내놓은 것과 달리, 주호영 의원에 대해서는 호평을 보이면서 당내 의견이 합치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정성호 의원의 경우 이재명 대표와 현안을 주고받는 정도로 긴밀한 관계라는 점에서 이 대표의 의중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게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당 지도부는 당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주호영 총리설'에 대해 "아마 개별 의원 차원에서 말씀하신 게 민주당 입장처럼 되는 것 같은데, 지금 공식적으로 논의된 건 하나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민주당이 연일 '주호영 띄우기'에 나서는 것에 대해 여당에 '영남당' 프레임을 씌우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여당 중진들이 대부분 영남에서 당선된 만큼 당 지도부에 영남권 인사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TK 출신인 주 의원이 국무총리에 오른다면 야당의 '영남당' 공세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야당의 '영남당 프레임'은 과도한 해석이라는 주장도 있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YTN 24'에서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을 영남 정당으로 몰아세우기 위한 전략이라는 얘기들도 있는데, 이건 확대해석 같다"며 "민주당 입장에서도 어찌 됐든 국무총리에 대해서 후보군 중에 본인들과 소통이 될 수 있을 사람들을 추려보고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특히 대통령실 입장에서도 국무총리 인선에서 인사청문회 등 야당 동의가 필수적인 만큼 '주호영 카드'가 유효할 수 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에 이어 국무총리까지 친윤(친윤석열)계를 앉힌다면 야당 반발을 가져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친윤은 아니지만 TK 중진(6선)인 주 의원이 국무총리직을 맡는다면 비윤(비윤석열)계 존재감이 커진 당내 상황에도 어느 정도 부합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영수회담에서 새 국무총리 후보에 대한 의견이 오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22일 기자들과 만나 후임 국무총리 인선과 관련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이재명 대표에게 용산 초청을 제안했기 때문에 그(영수회담 준비)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 얘기를 주고받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