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내외 리스크에 불안한 中企…대출 ‘눈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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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대내외 리스크에 불안한 中企…대출 ‘눈덩이’
  • 김혜나 기자
  • 승인 2024.04.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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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대출 잔액 전년比 5.1% 증가해
경영난에 법인파산 신청사례도 늘어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대내외 돌발 리스크에 따른 기업의 경영 위기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ECOS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예금 취급기관의 기업대출(산업별 대출금) 잔액은 1889조원으로 전년 대비 5.1%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대출을 통해 경영난을 최소화해왔던 중소기업들이, 엔데믹 이후에도 경영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대출을 지속적으로 받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환능력이 취약한 기업의 차입금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높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8일 ‘위기별·산업별 비교분석을 통한 국내 기업부채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금융기관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1889조6000억원(은행권 1350조5000억원, 비은행권 539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2019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분기 평균(전년 동기대비 기준) 10.8%씩 증가했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이 각각 54.3%(98조9000억원), 56.5%(564조원) 늘었다.

신 선임연구위원은 상환능력이 취약한 기업이 보유한 차입금 비중을 통해 과거 위기별 기업대출 리스크를 비교·평가했다. 최근 상환능력 취약기업의 차입금 비중은 외환위기 때보다 크게 낮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에 근접 또는 일부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 선임연구위원은 “한은과 금융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부실 위험기업 비중과 부실 위험기업 차입금 비중이 모두 외환위기, 금융위기 당시에 비해 낮고 기업부문 부실규모도 경제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정도로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부동산시장 등 내수시장 침체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측면에서, 리스크 평가지표들의 추가 악화여부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선임연구위원은 “금융레버리지 동원을 통한 민간의 자원배분이 부가가치 창출과 괴리돼 구조적, 추세적으로 저부가가치·저생산 업종으로의 집중이 심화하고 있는 측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부문 부실은 최종적으로 정부 재정악화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 정책차원에서 공기업 부채와 금융회사 자산활용이 과도하지 않도록 하는 자체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1∼2월 전국 법원에서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288건으로 지난해 동기(205건) 대비 40.5% 늘었다.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기 전에 고금리와 고물가 등 복합 경제위기가 닥쳐 매출과 영업이익 회복이 늦어지면서 파산을 신청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의 지난 2월 원화 대출 연체율을 살펴보면,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1월과 비교해 대비 0.1%포인트 오른 0.7%로 나타났다. 이중 중소법인 연체율은 0.76%로, 같은 기간 0.14%포인트 올라 기업 대출 중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중소기업의 대출 금액뿐만 아니라 연체율도 함께 상승해 우려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단순 평균 대출 연체율은 0.32%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는 0.27%, 전 분기는 0.29%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기업규모별로 중소기업은 각 0.34%, 0.37%, 0.41%로, 대기업은 각 0.03%, 0.05%, 0.07%로 연체율이 상승했다. 특히 지난 2월 말 기준 중소기업은 0.55%, 대기업은 0.13%, 기업 전체로는 0.47%의 높은 연체율을 기록했다.

경기도 소재의 중소제조기업 관계자는 “고금리와 고물가가 오랜 기간 이어지며 기업 경영이 오히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보다 더 힘들다는 목소리가 많이 들린다”며 “특히 원자재 가격과 전기요금 등이 많이 올랐는데, 납품하는 입장에서는 단가를 맞춰야 하다 보니 애로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무엇보다 코로나19가 끝나면 나아질 줄 알았던 내수시장이 예상보다 더디게 회복되고 있는 것도 경영에 타격이 심하다”며 “수출과 내수 모두 어려운 상황이라 어떻게 활로를 찾을 지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소벤처기업부와 금융위원회는 최근 ‘중소기업 금융 애로점검 협의체’를 마련했다. 중소기업의 자금상황과 대출 및 재무상태 등을 살펴 리스크요인을 조기에 발견해 대응하고, 현장에서 필요한 금융지원과제를 적시에 마련하고자 함이다. 나아가 협의체에서 도출된 다양한 정책제언들을 중소기업 정책에 반영하고, 필요시 리스크 대응을 위한 지원방안을 적기에 강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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