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경선 결과의 후폭풍이 거세다. 기정사실로 여겨졌던 추미애 당선인이 낙선하자 '추미애 의장'을 원했던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선 성토가 쏟아졌다. "왜 윤석열 정부와 가장 치열하게 싸울 수 있는 추 당선인을 뽑지 않았느냐"고 말이다.
이번 국회의장 경선 결과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들이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또 있다. 추 당선인이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을 앞세우고도 진 까닭이다. 추 당선인은 당심과 명심 모두 자신을 향하고 있다며 노골적 친명 마케팅을 펼쳤다. 민주당 지지자들 입장에선 이 대표도 지키고, 정부·여당과 각을 세워가며 국회를 운영하겠다고 공언한 추 당선인의 낙선이 얼마나 아쉬울까.
자연스레 비난의 화살은 우 의원, 그리고 그에게 표를 던진 민주당 당선인들을 향했다. "수박(겉과 속이 다른 의원)을 색출하자"는 원색적 발언은 물론, 분을 참지 못한 이들은 탈당계를 제출하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이재명 호위무사'로 불리는 정청래 의원은 "어떤 의원에 대한 지지자는 그 의원에게 요구할 권리도 있는 것"이라며 이런 당원들의 행동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냈다.
과연 그런가. 각 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선택을 당원들에 종속당하는 게 옳을까. 엄밀히 따지면 국회의원은 당원이 아닌 지역민이 선출하는 것이다. 선출자의 의중이 반영돼야 한다면 차라리 국회의장으로 누구를 앉히는 게 좋은지 지역 여론조사를 하는 게 더 합당하다. 국회의원은 자신의 양심에 따라 행동하고, 그 정치적 책임을 질 뿐이다.
하나 더 짚을 것은, 모든 선거는 경쟁이다. 추 당선인이 선거 국면에서 '명심'만 팔 동안, 우 의원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의원들을 설득했다. 야권 192명에 여당에서 8명이 합류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도 재의결 정족수인 200석을 채울 수 있는 점을 언급하며 "8석의 정치"를 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우 의원은 한 발 더 뛰었고, 추 당선인은 부족했다. 그게 89표 대 80표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국회의장 경선이 임박했을 즈음, 기자는 여러 의원에게 의중을 묻고 다녔다. 대부분이 '추미애 대세론'을 인정하면서도 우 의원의 약진을 점쳤다. 그리고 이런 관측은 경선이 가까워질수록 커졌다. 심지어 '명심 팔이'에 몰두하는 추 당선인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추 당선인 낙선 요인으로 우 의원과 89명의 당선인을 지목한다면, 번지수가 잘못됐다. 오히려 추 당선인을 "당원 의중이 반영될 수 있도록 왜 더 열심히 뛰지 않았느냐"고 꾸짖는 게 맞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