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상임위 독식 압박에···21대 전반기 재현 우려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22대 국회 원 구성 법정시한(6월7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 협상은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여당은 '관례'를, 야당은 '총선 민의'를 앞세워 국회 운영위원장·법제사법위원장을 둘러싼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다. 이에 야당은 "관례보다 법이 우선"이라며 법정시한 내 합의가 불발돼도 원 구성 안건 표결을 강행할 뜻을 피력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일 국회에서 현안 기자간담회를 열고 운영위와 법사위만큼은 여당 몫이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추 원내대표는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 소속 정당을 달리하는 것은 특정 정당의 일방적 입법 독주 견제를 위해 확립된 관례"라며 "민주당에서 반드시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면 여당이 의장직을 맡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운영위원장에 대해선 "여당이 맡아온 것은 87년 민주화 이후 13대 국회 때부터 확립된 관례"라며 "민주당이 무리하게 운영위원장을 고집하는 이유가 대통령을 흔들어 국정혼란을 가중하고자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추 원내대표의 이같은 주장은 운영위원장은 여당 원내대표가 맡고, 법사위원장은 원내 제2당이 가져간 관례에서 비롯된다. 한국 정치사에서 운영위원장은 한 번도 야당이 여당 동의 없이 가져간 적이 없다. 운영위는 대통령실 인사들을 불러 질의하거나 대통령실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데,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고려해 역대 운영위원장을 여당 원내대표가 맡았다고 볼 수 있다.
법사위원장 관례는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됐다. 당시 여당이자 원내 1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제2당이었던 한나라당에 법사위원장을 넘겼다. 이후 여야 상관없이 제2당이 법사위원장을 계속 맡아왔다. 1당이 법사위원장을 한 경우는 문재인 정부 21대 전반기 민주당이 유일했는데, 당시엔 여야 협상이 결렬돼 민주당이 18개 상임위를 모두 독식했던 때였다.
추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원구성 협상에 임하는 대원칙인 여야 간의 견제와 균형을 위한 협치와 합의"라며 "21대 후반기에 운영된 상임위원장 배분이 여당 안임을 밝힌다"고 말했다. 21대 국회 후반기 운영·법사위원장은 모두 국민의힘 의원이 맡았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도 2일 국회에서 현안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의 원 구성 협상 취지, 과정, 지금까지의 경과 등에 대해 설명했다. 민주당은 원 구성 협상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법정시한을 넘기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관례를 존중하지만 관례보다 법이 우선"이라며 "여당이 계속해서 무성의·무책임한 태도로 임한다면 민주당은 국회법이 규정한 대로 원 구성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준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총선 민의'에 따라 원 구성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의 독선, 독주, 무능, 무책임을 확실하게 바꾸라는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법사·운영위원장을 반드시 민주당이 가져와야 된다는 것을 누누이 여당에 얘기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여당의 소극적 원 구성 협상 태도가 계속된다면 '의석수 비율에 따른 상임위원장 배분'이라는 관례 또한 깨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진다면 11대 7로 상임위원장이 배분되겠지만 성의 있는 협의에 나서지 않고 여당이 어떤 상임위에 대한 요구나 조율 과정 없이 시간만 낭비한다면 18개 상임위를 다 가져올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했다.
여야 원 구성 협상이 평행선을 달림에 따라 21대 국회 전반기에 구현된 '민주당 상임위 독식' 사태가 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상임위로 운영위·법사위와 더불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꼽고 있다. 이에 여당 일각에선 "민주당에서 운영위·법사위를 독식하려고 한다면, 차라리 다 주고 모든 책임을 지라고 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