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선포…동아시아 안보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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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선포…동아시아 안보도 '흔들'
  • 조현정 기자
  • 승인 2024.06.1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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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 시 군사 개입 가능, '동맹' 직전까지 관계 격상
푸틴 "상호 이익에 관한 존중 기반으로 한 소통"
김정은 "전략적 협력 강화…새로운 번영기 접어들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19일 새벽 북한 평양에 도착해 국빈 방문을 시작했다. 사진=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19일 새벽 북한 평양에 도착해 국빈 방문을 시작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조현정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는 데 합의했다. 지난해 9월 김 위원장의 방러를 계기로 북러 관계의 밀착이 심화하면서 동아시아 정세를 넘어 국제 질서 전반에 미칠 파급력이 주목된다.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19일 오후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언론 발표를 통해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0년 체결한 '선린·우호' 관계에서 상당한 수준으로 격상되는 것으로, 유사 시 군사 개입이 가능한 동맹 관계 직전 단계인 만큼 양국의 군사적 협력 수준도 동시에 높아진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방북 전 북한 기관지 노동신문에 실은 기고문에서 이번 방북을 통해 북러 관계가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변화될 것을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공동의 노력으로 쌍무적 협조를 더 높은 수준으로 올려 세우게 될 것"이라며 "국제 관계를 더욱 민주주의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로 만들기 위해 밀접하게 협조할 용의가 있다"고 전했다. 스푸트니크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도 "북한과 장기 관계 구축을 위한 새 기본 문서가 준비돼 있다"며 "우크라이나 정책을 포함해 러시아 정책에 대한 (북한의) 일관되고 확고한 지지에 감사한다. 양국 간 소통은 평등과 상호 이익에 관한 존중을 기반으로 한다"고 평가했다. 북한 역시 지난해 9월 김 위원장의 방러 이후 양국 관계 변화를 시사해 왔다. 올해 1월 최선희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 결과를 보도하면서 "두 나라 관계를 전략적인 발전 방향에서 새로운 법률적 기초에 올려 세우기 위한 논의에서 일치 공감과 만족한 합의를 이룩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은 회담에서 "북한은 러시아와 전략적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러시아와 조선(북한)의 관계가 새로운 번영기에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전략적 균형을 유지하는 데 있어 러시아의 역할을 높게 평가한다"며 "러시아 정부, 군대, 인민이 주권과 안보 이익, 영토 보전을 위해 우크라이나에서 특별 군사 작전을 수행하는 것에 전적인 지지와 단결을 보낸다"고 강조했다. 북러 간 관계 격상은 군사적 협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동아시아를 비롯한 국제 질서 전반에도 상당한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특히 러시아의 첨단 무기 기술이 북한으로 이전될 경우 북한의 대미 협상력을 높여 동아시아 안보 지형 자체를 뒤흔들 수 있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13일 미국의 소리(VOA)에 "무엇보다 더 발전되고 심화한 북러 간 군사와 안보, 기술에 대한 협력 구축은 역내를 뒤흔들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갖게 된다"며 "한국 뿐 아니라 일본 등 미국의 동북아 지역 동맹, 파트너에게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도 "만약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탄도미사일 잠수함 기술을 제공한다면 어떻겠나"라며 "이 때는 핵무기를 탑재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잠수함 6척이 태평양 일대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상상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의 이번 북한 방문은 2000년 7월 이후 약 24년 만이다. 지난해 9월 김 위원장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 기지에서 정상회담을 했고, 당시 북한 방문 초청을 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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