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사면초가' K-석화, 정부 지원책은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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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사면초가' K-석화, 정부 지원책은 아직
  • 서영준 기자
  • 승인 2024.07.02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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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TF, 6월 말까지 종합지원대책 못 내놓아
그 사이 업계 신용등급 하향 조정되며 위기 심화
롯데케미칼 여수 헤셀로스 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제공
롯데케미칼 여수 헤셀로스 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제공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난기류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를 막기 위해 저마다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사정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정부 차원의 지원도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어 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정부는 지난 4월 초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협의체(TF)'를 출범시켰다. 산업통상자원부 중심으로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석화기업과 산학연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 국내 화학 산업이 처한 위기에 대응한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몇 차례 논의를 거쳐 중장기 전략을 포함한 종합지원대책을 지난 6월 말까지 내놓는 것이 목표였다. 다만 6월 중순까지도 업체들 간 비용 효율화 방안조차 합의되지 못하며 깊이 있는 구조조정 논의까지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종합지원대책의 큰 틀은 주요 기업들이 제출한 사업 재편 계획 등을 바탕으로 기업 간 M&A를 지원하고,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을 위한 R&D(연구개발)을 지원하는 내용이 골자다. 중국 범용 제품의 저가 공세, 중국 내 자급률 상승 등으로 인해 PP(폴리프로필렌)·PE(폴리에틸렌) 등 범용 제품만으론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 재편용 M&A에 나서는 기업에 양도세·취득세 등을 감면하고, 석유화학 기초원료인 나프타 등의 관세율 0% 조치를 연말까지 연장하는 등 세제 혜택과 동시에, 친환경 전환에 따른 환경 규제 완화, 산업단지 내 폐기물·용수 처리 효율화 등 비용 절감도 유도할 계획이다. 

대책 논의가 길어지는 사이 업계의 위기는 심화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상반기 정기평가 결과 올레핀 비중이 높은 화학사들의 신용등급 및 전망을 모두 하향 조정했다. 한화토탈에너지스는 AA/N→AA-/S, SK피아이씨글로벌A/N→A-/S, 효성화학은 A-/N→BBB+/N로 신용등급이 하향됐으며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HD현대케미칼, SK어드밴스드는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됐다. 사업포트폴리오 내 올레핀계 석유화학제품 비중이 높아 수익성 개선이 제한적이고 신규 투자 등으로 차입금 부담이 증가하거나 저하된 재무안정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중국의 석유화학 자급률의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데다, 환경규제가 점점 강화하고 있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에틸렌, 프로필렌(PP) 등 기초 유분의 중국 자급률은 2020년 이미 100%를 넘어섰고 2025년엔 120%까지 올라서게 된다. 중간 원료인 파라자일렌(PX)과 합성수지인 PP 자급률도 2025년엔 100%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향후 수급상황이 개선된다 하더라도 이익창출력은 과거 호황기 대비 미흡한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업계는 고부가·친환경 제품 중심으로 전환하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20일 산업부 강경성 1차관 주재로 열린 업계 간담회에서 고부가가치 및 친환경 제품 전환에 필요한 R&D 비용 지원, 세제, 규제 개선 등 분야의 정부 지원을 건의했다. 또한 단기적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비용 절감이 중요한 만큼 부담금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지원 방안도 제기했다. 강 차관은 "석유화학 산업은 핵심 기반산업이자 수출 주력산업인 만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고부가·친환경 제품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이를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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