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패키지 넘어 입맛도 과거로…약과∙양갱 인기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MZ세대는 물론 전 연령대에서 뉴트로가 유행하면서 식음료 기업들이 추억의 패키지를 다시 꺼내고 있다.
7일 롯데웰푸드는 레트로 패션 브랜드 미치코런던과 협업한다고 밝혔다. 미치코런던은 1990년대 큰 인기를 얻은 브랜드로 최근 레트로 트렌드와 세기말(Y2K) 감성이 주목받으면서 젊은 세대 사이에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미치코런던의 레트로 감성과 롯데껌의 분위기가 잘 어울린다고 판단해 협업을 진행했다. 이번 협업으로 레트로껌 쥬시후레시와 스피아민트 등 2종은 겉과 속 포장지에 미치코런던 로고가 삽입된 한정판이 출시된다. 미치코런던 또한 롯데껌 패키지와 로고가 디자인된 티셔츠, 키링 등 다양한 패션용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최근 롯데웰푸드는 부활 레트로껌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후레쉬민트, 스피아민트, 쥬시후레쉬, 커피껌, 이브껌 등 롯데껌 5종을 소개하면서 배우 김아영을 모델로 내세웠다. 또 과거 인기를 끌었던 블루베리껌을 재출시하는 것을 넘어 Z세대 공략을 위해 새로운 과일껌도 출시했다. 20대가 선호하는 과일향을 살려 껌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끈다는 전략이다.
레트로 마케팅을 진행한 롯데웰푸드의 지난해 껌 매출은 2022년 대비 약 25% 성장했다. 과거 껌 시장 매출은 자일리톨을 함유한 껌이 주로 견인했으나 레트로껌 마케팅을 하고 있는 대형 껌 카테고리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71%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과거 제품이 인기를 끄는 것을 ‘아네모이아’ 현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네모이아는 겪어보지 못한 시대에 대한 향수를 뜻한다. 성인이 과거를 회고하는 레트로가 아니라 1020세대가 을지로를 찾고, 리마스터링 개봉한 중경삼림을 관람하는 등 90년대를 스타일리시하다고 느끼는 뉴트로다.
이에 식품업계 내 다양한 제품이 예전 패키지로 돌아가고 있다. 오리온은 초코파이의 50주년을 맞아 1974년 첫 출시 때부터 1989년, 2006년, 현재까지 각 시대 추억 속 디자인 4종을 특별 제작해 한정판 패키지로 선보였다.
하이트진로음료는 먹는샘물 석수의 1980년대 패키지 디자인을 되살린 레트로 석수 1ℓ를 출시했다. 수년째 이어지는 레트로 열풍 속 부모세대의 향수를 자극하고 자녀세대에게는 신선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40여 년이 넘은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강조할 수도 있다고 보고 패키지를 변경했다.
롯데칠성음료는 1950년 5월 9일 선보인 최초의 칠성사이다를 복원한 칠성사이다 레트로 에디션을 한정 판매했다. 롯데칠성음료는 당시 일곱 개 별을 직관적으로 표현한 라벨과 갈색병이 그대로 표현된 칠성사이다가 과거의 추억을 현대에 되살릴 것으로 기대했다. 또 74년에 걸친 헤리티지를 보유한 칠성사이다의 브랜드 제고를 위해 미래와 과거를 잇는 여행 테마의 팝업 스토어를 열어 브랜드의 역사를 재조명했다.
패키지를 넘어 입맛도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 몇 년 전 깜짝 유행할 줄 알았던 약과 디저트는 스테디셀러로 정착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압구정로데오의 인기 카페인 ‘이웃집 통통이’와 콜라보해 출시한 ‘이웃집 통통이 약과 쿠키’가 판매 시작 5일 만에 초도 물량 10만 개가 모두 팔려나갔다고 전했다.
해당 상품의 인기에 약과에 대한 관심도 늘었다. 약과 쿠키 출시 달 CU 약과 매출은 전년 대비 9.6배 늘었다. 약과가 포함된 상온 디저트의 전체 매출도 88.5%나 뛰었다. 전달 매출신장률이 18.6%인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상승세다. 약과는 지금까지 중장년층 간식이라는 인식이 컸으나 MZ세대들이 열광하면서 매출이 급증했다.
양갱도 전례없이 매출이 뛴 제품이다. 가수 비비가 부른 노래 ‘밤양갱’이 인기를 얻으면서 크라운해태제과의 과자 연양갱·밤양갱을 비롯해 시중의 양갱 판매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앨범이 발매된 2월 13일부터 26일까지 약 보름 동안 국내 주요 편의점 4사(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의 연양갱 매출은 전월 동기 대비 최대 40%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90년대는 미학적으로 아름답다고 볼 수는 없지만 다양한 스타일이 공존했고, X세대가 등장한 시대였다”며 “추억의 패키지를 다시 입은 제품이 기성세대에게는 반가움을, MZ세대에는 신선한 재미를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