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40억 피해 3년 6개월 선고…서울지법, 52억 징역 9년
2년 간 피해액 2조3000억원 중 약 7%만 몰수·추징 조치
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전세사기 범죄자에 대한 양형기준이 일관되지 못해 일부 피의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나오면서 전세사기 재발 막기 위해서는 강력한 법 적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전지방법원은 지난 5월 40억원대 전세사기 사건 피고인 A 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뒤집고 형량이 5년 6개월 줄어든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 30명에게 100만원씩 공탁금을 제공하고, 피해액 중 10억원은 빌라 경매를 통해 추가 회복될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대전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다. 지난 23일 대구지법은 전세사기로 기소된 또 다른 피고인 B씨에게 징역 5년형을 선고했다. 검찰 구형인 7년형보다 2년이 낮은 형이 선고된 것이다.
대구지법은 B씨는 확정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피의자들이 항소심을 통해 1심 판결 보다 낮은 형량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서울에서는 대전에서 벌어진 전세사기 피해액과 10억원 가량이 차이나는 사건에 대해서는 징역 9년을 선고하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은 전세사기 혐의로 기소된 C씨의 1심 공판에서 징역 9년형을 선고했다. C씨는 매물로 나온 빌라 중 전세보증금이 매매대금과 같거나 오히려 더 많은 전세보증금을 필요한 매물을 사들이는 수법인 '무자본 갭투자' 등을 통해 서울 강서구 등에서 33명에게서 전세보증금 52억원가량을 편취한 혐의를 받았다.
이렇듯 법원의 양형기준이 일관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자,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지역과 시기에 따라 오락가락 하는 판결에 항의하기도 했다.
대전전세사기피해대책위는 지난 15일 대전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세사기 관련 법원 판결에 대해 항의했다. 피해위는 "피의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형량 강화를 지속해 요구했지만, 양형기준이 변하지 않고 있다"며 "동일 기간, 동일 수법으로 수백명의 피해자가 나와도 법의 잣대는 1건의 사기행각으로 판단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관련 지난 2년간 전세사기 피해금은 2조원 이상이지만 법규 상 허점으로 인해 피해 금액 환수와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 역시 나오고 있다.
권향엽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약 2년간 경찰이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한 전세사기 피해금은 1616억7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년간 경찰 수사 결과에서 드러난 전세사기 피해금 약 2조3000원의 약 7%에 불과한 것이다.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은 범죄 피의자가 확정판결을 받기 전에 범죄수익 관련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다. 관련법 상 적용 가능한 몰수·추징 대상에 전세사기 관련 수익이 빠져있어 이를 패해자들에게 되돌려 주기 위한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