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에도 공격 투자로 원자재 최대한 확보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전기차 수요 둔화와 핵심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오히려 광물 확보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공급망 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
29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탄산리튬 가격은 지난 25일 기준 kg당 81.5위안(1만5495원)을 기록 중이다. '하얀 석유'로 불리던 리튬은 전기차 시장 급성장으로 2022년 11월 kg당 581위안까지 폭등했으나 최근 고금리와 경기 침체 영향으로 전기차 판매가 저조한 데다 중국발 공급 과잉까지 겹치면서 가격 급락을 거듭하고 있다.
또 다른 양극재 핵심 광물인 니켈도 올해 5월 톤(t)당 2만달러대까지 올랐지만 지난 25일 기준 t당 1만5470달러(2136만7164원)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수산화리튬 가격도 하락세다. 업계에선 수산화리튬 가격이 올 상반기 kg당 20달러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으나 14달러(1만9330원) 아래까지 떨어졌으며 여전히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기차 수요 부진과 함께 원자재 가격 하락은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국내 1위 배터리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8% 감소한 6조1619억원, 영업이익은 57.6% 하락한 1953억원을 기록했다.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도 올해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한 228억6000만위안(4조4000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수익은 1667억7000만위안(약 31조8200억원)으로 11.9% 감소했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CATL의 전반적 매출 감소 원인은 최대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원자재 가격 하락이라고 설명했다.
수익성 악화에도 국내 업계는 광물을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호주 리튬 광산 업체 라이온타운과 대규모 리튬 정광 공급 및 전환사채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리튬 정광은 리튬 광석을 가공해 농축한 고순도 광물로, 고용량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수산화리튬의 원료가 된다. 협약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15년 동안 총 175만t의 리튬 정광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SK온도 지난달 미국 최대 석유기업 엑손모빌과 리튬 공급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전기차 약 100만대 분량인 10만t 규모 리튬을 공급받기로 했다.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는 포스코그룹이 아르헨티나, 칠레 등 리튬 매장량이 많은 남미 국가를 중심으로 리튬 광산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포스코와 LG에너지솔루션은 칠레광물공사가 추진 중인 알토안디노스 염호 리튬 추출 사업에 참여 의향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업계는 가격이 저렴할 때 원자재를 최대한 확보하는 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기차 캐즘이 종료되는 시점에 맞춰 원자재 확보에 나설 경우 가격 폭등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 이번 기회로 다양한 국가로 외연을 확장해 배터리 관련 규제 허들을 사전에 대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현재 실적 부진을 겪고 있고, 반(反) 전기차 정책을 내 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진 점을 고려하면 무리한 광산 투자가 역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