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체 규모 작을수록 고금리에 ‘휘청’
상반기 산업계 매출 성장은 대기업이 견인… 中企 전년比 매출 하락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코로나19를 가까스로 극복한 산업계가 삼중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시달리며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법인 사업체의 파산 신청 건수는 전년 대비 36.3% 증가해 1000건에 이르렀다.
법원통계월보를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법인 파산 신청은 987건이다. 1월 151건, 2월 137건, 3월 151건, 4월 196건, 5월 175건, 6월 177건으로, 매월 꾸준히 100건 이상 법인 사업체가 폐업 절차를 밟았다. 이는 국내외 전 경제가 침체였던 팬데믹 시절보다 폐업률이 더 높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됐던 2020년의 동기간 파산 신청 건수는 522건이며, 2021년은 428건이었다.
업계는 코로나19 시기 은행 및 대부업체에 자금을 빌려 버티던 중소기업이 결국 불어난 빚을 감당하지 못해 폐업한 것으로 본다. 사업 부진의 주요 원인으론 엔데믹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상승한 물가, 에너지 사용료, 인건비, 은행 고금리 등이 꼽힌다.
특히 기업체 규모가 작을 수록 금리에 대한 부담이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중소기업중앙회가 500개 기업(소기업·소상공인 300개, 중기업 200개)을 대상으로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경영부담 수준을 조사한 결과, ‘부담된다’는 응답이 58.2%로 나타났다. 특히 ‘매우 부담된다’고 응답한 소기업·소상공인은 45.0%로, 중기업(17.5%)보다 약 2.5배 이상 높았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여부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는 응답이 10개 중 8개가 넘는 80.6%로 나타났고, 이 중 46.0%는 ‘매우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소기업·소상공인은 ‘매우 필요하다’는 응답이 57.0%로 중기업 29.5%에 비해 약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부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엔 △비용절감 42.4% △대응하지 못함 30.0% △저금리 대환대출 활용 20.0% △금리인하 요구권 사용 11.4% △기타 4.6% 순으로 조사됐다. 자구적인 비용절감 외에 금융비용 부담을 완화할 마땅한 대응방법이 없는 것이다.
대‧중소기업계 모두 부채를 안고 운영되는 상황이나, 자금 부족으로 더 큰 타격을 입는 것은 중소기업이다. 한국은행이 법인기업 2만2962개를 대상으로 부채비율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85.2%→87.7%)과 중소기업(108.9%→114.3%) 모두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대기업은 오히려 엔데믹 이후 매출이 상승하는 추세다. 올해 1분기 전체 기업 매출액증가율은 전체 1.2% 상승해 지난 분기(-1.3%) 보다 나아졌다. 기업 전체 경기가 좋아졌다고 볼 수 있지만, 이번 성과는 사실상 대기업계가 주도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지난 분기 -1.3%에서 올해 1분기 3.0%로 증가한 반면, 중소기업은 -1.5%에서 -6.9%로 떨어져 감소폭이 확대됐다.
최근 코로나19가 재유행할 조짐을 보이면서, 자영업자 사이에선 경기가 더 안 좋아질 수 있다 불안이 나온다. 최근 ‘티메프 사태’로 특히 영세업자들이 큰 피해를 입은 만큼, 팬데믹으로 산업계가 또다시 마비되면 폐업률이 더 늘어날 수 있다.
대기업 바이오사 하청업체 관계자는 “고금리에 인건비 상승까지 겹쳐 중소기업들이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다. 자체 기술 개발로 독립 사업을 차리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투자자들은 빚이 잔뜩한 중소기업에게 투자를 하지 않는다. 대기업으로부터 받는 일이 끊기면 자립은 커녕 폐업으로 이어질 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