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소속 I골프리조트 오너 가문과 친분… 최근 차남 장례식에도 참석
권모씨, 형 확정 이후 교도소 아닌 구치소 생활… 올해 가을 출소 앞둬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민의 인권 보호가 목적인 행정기관으로, 그 수장 또한 기관 취지에 걸맞는 인물이어야 한다. 다만 국가인권위원장으로 임명된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의 ‘성범죄 피해자 2차 가해’ 의혹이 대두되면서 과연 그 자리에 걸맞는 인물인지 성토가 나온다.
안창호 위원장은 취임 과정에서 과거 국내 유명 골프리조트 회장 아들 권모씨의 성범죄 사건의 변호를 맡았던 사실이 드러났다. 게다가 최근까지도 해당 오너 가문과 친분을 유지 중이란 제보도 나왔다.
목격자에 따르면, 오너인 권회장의 차남이 사망해 지난 7월 11일 리조트 부지 내에서 장례식을 치렀는데 이 자리에 안 위원장이 참석했다. 고인은 2021년 성범죄 사건으로 형을 선고 받은 권모씨의 동생으로, 관련 사건과는 무관하다.
물론 고인을 기리는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지만, 국민 인권을 책임지는 인권위 수장을 맡은 안 위원장이 가해자 측 장례식에 참석한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특히 해당 장례는 별다른 언론 부고 없이 내부적으로 진행된 만큼, 개인적인 인연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안 위원장은 변호사 시절 재벌 2세인 권모씨의 성범죄 사건을 수임한 바 있는데, 일부 언론 및 정치권은 이를 두고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안 위원장이 단순히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로서 사건을 의뢰 받아 변호한 것이 아니라, 평소 해당 재벌 2세 아버지와의 친분 관계를 바탕으로 범죄인 변호에 적극 나섰다는 의혹이 나온다.
표면적으로 안 위원장과 해당 골프리조트와의 인연은 장남 권모씨의 성범죄에 대한 변호를 맡아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MBC 단독 보도에 따르면, 권모씨는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등에서 지난 6월부터 11월까지 여러 여성들과의 성관계 영상을 불법 촬영해 보관했다.
해당 언론이 확보한 권모씨의 성관계 동영상은 모두 62개로, 거실 및 침실에 카메라를 설치해 몰래 촬영했다고 알려졌다. 또 대학생·모델지망생 등을 상대로 모두 51차례 성매매를 하고, 2021년 10월엔 미성년자를 상대로 2차례 성매매한 혐의도 있다. 범행 과정에서 마약류까지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국적인 권씨는 언론보도를 통해 범죄행각이 드러나자,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려다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당시 권모씨 변호를 맡았던 유명 법무법인에 안 위원장이 포함됐는데, 1심과 3심 변호인단중 한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때 안 위원장이 가해자를 변호하기 위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와 인권침해성 변론을 펼쳤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또 권씨가 미성년자 성매매와 마약 투약 혐의로 추가 기소된 사건에 대해서도 변호를 맡았다.
문제는 몰카 파일 등 증거가 드러난데다 피고가 도주 중 체포됐을 정도로 권모씨의 범죄행각이 명백했음에도, 안 위원장이 그의 변호를 맡게된 배경이다. 피고의 아버지이자 리조트 오너인 권 회장과 안 위원장은 해당 사건 이전부터 친분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권 회장과 안 위원장은 같은 종교를 믿는 독실한 종교인으로, 관련 모임에서 종종 만났다. 사건 발생으로부터 3년 전인 2019년 서울 모언론사 ‘크리스천리더스포럼’ 출범식에 나란히 참석한 두 사람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안 위원장은 지난 3일 인사청문회에서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로펌 화우에서 일할 때 유명 골프 리조트 회장 아들(권모씨)의 성범죄 사건을 변호한 적 있나"라고 묻자 "맞다. 피의자의 아버지를 잘 안다"고 답변했다. 이어 "피고인은 방어권이 있고, 그것은 헌법적으로 보호되는 피고인의 인권"이라며 "변론하면서 부당한 방법으로 사건을 수임했다든지 부당한 논리를 전개하면서 피고인을 변호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고객의 의뢰를 받은 변호인으로서 변론에 충실히 임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안 위원장이 친분관계를 우선시해 성범죄자를 적극 비호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결과적으로 국민 인권을 대표하는 인권위 수장이 성범죄자를 적극적으로 변호한 끝에 비교적 가벼운 형량을 이끌어 낸 모양새가 됐다.
2022년 6월 법원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모씨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다음해 2심 재판부는 권모씨가 일부 피해자와 합의한 점을 고려해 징역 1년 10개월을 선고, 형량을 낮췄다.
형을 선고 받은 권모씨는 교도소가 아닌, 구치소에서 생활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구치소는 교도소와 달리 노역에서 제외되고 가족 및 지인과의 면회도 비교적 쉽다. 형이 확정된 기결수 중에서 만기까지 1년 미만의 형기가 남았고, ‘비교적 가벼운 징역형’을 선고받았거나 초범인 재소자들은 구치소에 수감되는 경우가 있다. 기본 사회 통념으로 바라봐도,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와 마약 투여까지 인정된 범죄자치곤 가벼운 형벌을 받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편, 권모씨는 올해 가을 중 형기가 종료되고 미국 국적 보유에 따라 이후 미국으로 자동 추방된다. 리조트 입장에선 후계자인 권모씨가 한국에 남아 경영권을 물려받는 것이 최선이나, 이 경우 부도덕한 기업으로 낙인 찍혀 사회적 지탄을 감수해야한다.
특히 만약 권모씨가 한국에 남아있다가 관련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경우, 변호를 맡았던 안 위원장은 해당 골프리조트 오너 가문과의 관계를 다시 해명해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인권위원회의 중립성과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