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광호 기자 | 蒼蒼谷中樹 冬夏常如玆 年年見霜雪 註謂不知時
골짜기에 의연히 서 있는 소나무는 겨울이나 여름 항상 푸르고 푸르다. 그 푸르름은 해마다 찾아오는 서리와 눈을 이겨내며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다. 소나무 예찬의 일부분이다. 소나무는 항시 푸르러 우리가 볼때마다 마음 속에 생명력과 젊음을 느끼게 한다. 금강산, 소백산, 지리산, 태백산 등 첩첩산중 큰 소나무는 향기를 뿜어 대하는 사람마다 오욕을 씻어내어 마음을 맑게 정화도 시켜준다. 실제로 한 그루 우람한 소나무는 꿋꿋한 기상과 곧은 절개를 담고 있다. 영웅호걸의 기상, 여인네들의 굳은 절개를 의미한다. 소나무는 우리민족과 고락을 함께한 나무요 민족의 정서와 닮았고 민초의 생활을 보듬어준 나무다. 민중 곁에는 언제나 소나무가 있었다. Ever Green tree이다. 옛날에는 아이가 태어나면 솔을 세우고 금줄을 쳐서 악한 기운을 막았다. 금줄을 왼새끼로 꼬아서 사내아이면 숲과 고르렛돌로 끼웠다. 솔, 숯, 솔잎은 사람의 탄생을 알리는 징표며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솔과 인연을 맺는다. 따지고 보면 소나무와의 인연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시작된다. 벗겨서 먹는 송기는 한민족한테는 간식거리였다. 여자가 회임하면 마음 속에 잡생각을 씻기 위해 솔밑에 가서 솔바람소리를 들었다. 옛날에는 그것이 가장 최고의 태교법이었다. 아이를 출산한 뒤에도 산모에게 미역국을 끓일때도 솔갈비로 불을 때서 끓였다. 또 아이가 크면 우거진 소나무 숲이 놀기 좋은 놀이터가 됐으며 솔방울은 노리개로 삼고 솔씨는 발라먹았다. 물오른 솔가지를 꺾어 껍질을 또 여인네들은 송화가 피면 송화로 송화다식을 만들었다. 소나무는 땔감으로 사용했다. 소나무 둥치를 잘라 쪼갠 것이 장작인데 바짝 말랐을 때와 꽁꽁 얼었을 때가 패기가 제일 좋다. 평떼기로 사고파는데 알 갈비는 불이 마디고 화력이 대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곰삭고 묵은 갈비나무는 넉넉함과 여유로움, 은근한 뚝심 같은 것을 풍기고 있다. 애틋하면서도 독특한 향기를 풍기는듯 하다. 정월 보름날에는 미른 솔가지로 찰밥을 짓고 5~6년 짜리 솔뿌리를 도끼로 쳐서 뽑아오는데 그것을 깨두꺼리라 하며 장작과 함께 쇠죽을 끓이거나 군불을 지피는데 쓴다. 그 깨두꺼리는 송진이 묻어 불심이 강하다. 옛날에 집을 지을때도 소나무를 썼다. 특히 소나무는 건강을 지키고질병을 치료하는데 효험이 있다. 솔잎과 솔씨, 솔뿌리, 송절, 복령, 송이버섯 등 소나무에서 나는것만 잘 활용하면 무병장수는 물론 웬만한 질병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요법에서 명의들이 하는 말이다. 솔잎은 한 겨울 높은 산꼭대기에서 딴 것이 으뜸인데 그것을 만리품 솔잎이라고 하며 뼈마디가 아파서 솔잎 뜸질을 할 때는 만리품 솔잎을 쓰면 효험이 있다. 솔잎차는 머리나 근육이 피로할때, 신경통, 관절염, 팔다리마비증세, 괴혈병, 동맥경화, 고혈압예방과 치료에 좋다. 생 솔잎 320g을 물에 넣어 60도의 온도에서 10시간 정도 끓이면 솔잎성분이 우러나오는데 체에 받아 솔잎을 건져내고 그물에 설탕을 타서 먹으면 최고의 솔잎차가 된다. 특히 소나무의 푸르고 건강하고 맑은 기운을 얻으려면 송화대주를 만들어 먹으면 소나무의 기를 받을 수 있다. 만드는 방법은 지극히 까다로운데 깊은 산속에서 80~100년쯤 자란 줄기가 곧고 생명력이 왕성하며 기운이 맑은 소나무 한 그루를 고른다. 흙을 파서 밑동 바로 밑으로 곧게 내려가 원 뿌리를 찾는다. 끝부분을 잘라내고 두말 넘게 들어가는 오지항아리에 청주나 막걸리를 두말쯤 부은 다음 뿌리 끝이 항아리 밑바닥에까지 닿도록 하고 항아리를 봉안한 다음 흙을 덮고 묻는다. 음력 3월달에 묻었다가 3년이 경과한 후 파내어 약간 취할 만큼 마신다. 연한 노랑빛이 나는 송화 대력주는 양기부족, 고혈압, 중풍, 전신 피부병, 관절염, 신경통, 요통, 속병, 종창, 간경화, 치등 등에 효과가 있고 암을 예방하고 늙지 않고 오래 사는 선약 중에 최고의 선약이라고 한다. 송화 대주를 만들고 나면 그 소나무는 시들시들 말라 죽거나 기력이 몹시 쇠약하게 된다고 한다. 소나무는 우리 민족의 정기와 같으며 하나도 버릴 것이 없이 유용하게 쓰이는 약재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