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순이익 부산은행 턱밑...인뱅行 고객이탈까지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지방은행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사이에 끼어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순이익 부분에서 지방은행 1위 부산은행의 턱 밑까지 쫓아왔고, 막대한 자본력으로 중무장한 시중은행까지 지방은행의 고유영역에 침범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 2314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25.9%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3182억원으로 전년 대비 28.2% 성장했다.
카카오뱅크는 늘어나는 고객과 함께 꾸준한 성장세를 지켜가고 있다. 지난 2017년 출범한 카카오뱅크의 당기순익은 ▲2019년 137억원 ▲2020년 1136억원 ▲2021년 2041억원 ▲2022년 2630억원 ▲2023년 3549억원 등이다. 올해 역시 2023년 순익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카카오뱅크가 곧 지방은행 '큰형'인 BNK부산은행을 뛰어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BNK부산은행의 올 상반기 순익은 2514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5.53% 감소했으며 카카오뱅크보다 겨우 200억원 많다. 가계대출 규모만 보면, 카카오뱅크가 부산은행을 넘어섰다. 싼 값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카카오뱅크가 낮은 금리를 제공, 금융 소비자들이 카카오뱅크를 비롯한 인터넷은행으로 몰리고 있다.
올 2분기 기준 부산은행의 가계대출 규모는 19조3288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의 가계대출 잔액은 41조1400억원으로, 부산은행보다 많은 것은 물론 지방은행 가운데 가계대출 규모가 가장 큰 iM뱅크(전 대구은행, 21조1000억원)보다도 약 2배 가까이 많다.
인터넷은행 3사 가운데 가장 먼저 출범한 케이뱅크도 상장에 도전하며 덩치를 불리고 있다. 18일 공모가를 확정한 뒤 30일 코스피에 상장될 예정이다. 희망공모가 기준 시가총액 밴드는 3조9500억원~5조원 수준이다. 인터넷은행 '막내'인 토스뱅크는 지난 2021년 10월 은행 서비스를 시작했다. 토스뱅크는 출범 22개월 만인 지난해 3분기 처음으로 분기 흑자(86억원)를 기록한 바 있다.
무엇보다 인터넷은행이 편리한 앱 접근성,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 등을 무기로 금융 소비자들을 빠른 속도로 선점하는 동안 지방은행은 인터넷은행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새로운 고객 유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방은행은 시중은행의 공세도 방어해야 하는 처지다.
이수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변화의 기로에 선 지방은행' 리포트를 통해 "기업과 기관영업에서 시중은행의 지방 침투가 가속화되고, 가계 부문에서 인터넷은행과의 금리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중은행이 지방의 우량 중견·중소기업을 공략하고 지방 거점 대학들과의 제휴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지방은행의 어려움이 한층 더 가속화 되고 있다. 그 결과 지방은행은 시중은행과의 자산 규모 격차가 점점 더 커지고 있으며, 가계대출 비중이 증가하며 시중은행과의 대출자산 구조 차별성이 약화되면서 자산 및 이익 구조 측면에서 지방은행 본래의 강점과 특색이 약화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방은행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지자체 시금고 입찰에 시중은행도 참전하면서 지방은행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지난 2000년부터 부산은행이 단독 입찰하며 지켜온 부산시 주금고 선정 경쟁에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등이 참가하면서 24년 만에 경쟁구도가 펼쳐졌다. 광주시 1금고에는 국민은행이, 2금고에는 국민·농협·우리·기업은행 등이 참여했다.
지난해 7월 열린 금융당국 및 금융지주회장단의 간담회에서 빈대인 BNK금융그룹 회장은 "지방은행의 어려움을 고려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빈대인 회장은 "이제 지방은행은 두 곳만 남을지도 모른다. 지역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지방은행도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의 정책적 배려가 절실하다"고 요청했다.
한편 지방은행들은 경영환경이 어려워지자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점포수를 줄이며 몸집을 줄이고 있다. 올 상반기 말 기준 5개 지방은행의 점포수는 총 617개로 1년 전에 비해 7개 감소했다. 이러한 감소 추세는 최근 몇년 동안 지속됐다. 2021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지방은행의 지점 수는 총 657개였는데 3년 동안 40개 지점이 사라진 것이다.
이에 지방은행의 지점 감소세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부산·경남·전북·광주은행은 올해 지점 신설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역인구가 감소하다보니 지방은행 입장에선 지점에 들어가는 인건비와 임대료 등 고정비를 줄일 수 밖에 없다"며 "고객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비대면 영업, 금융교육 등 다양한 전략을 계속해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