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확대 정책 시장 기대 모았지만 재정 정책은 실망감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중국 정부가 침체된 내수를 살리기 위해 돈 풀기에 나섰지만 통화 정책에 이어 내놓은 재정 정책이 규모나 시기 등 세부 사항이 부족해 국내 산업계에선 기대와 실망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달 말 중앙은행의 1조위안(약 189조원) 규모 시중 유동성 공급과 정책금리 인하 등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연이어 발표했다. 소비 촉진을 위해 이례적으로 일회성 현금 지급 계획을 세웠고 고용 촉진을 위한 종합 일자리 대책도 내놨다.
중국 금융당국의 경기 부양책은 주가 급등으로 이어졌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달 23일 2748.91에서 엿새 뒤인 30일 3336.49까지 5거래일 만에 21.4%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통화 정책에 이어 나올 재정 정책에 주목했다. 통화정책만으로는 목표 성장률인 5% 달성이 힘겹다는 전망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내놓은 재정정책에 업계에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중국은 지난 12일 경기 부양을 위해 국채 발행을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규모 등 세부사항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경제를 성장 궤도로 올려두기 위해 소비 증대가 필수적이라는 견해가 있는데, 이날 발표에선 중국이 이과 관련해 절박함을 느낀다는 신호가 보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경기부양책 규모가 정확하게 나오길 바랐던 투자자들에겐 실망스러웠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수요 회복세가 나타나면 글로벌 경기에도 선순환이 나타난다. 국내 석유화학·건설기계 등 중국을 최대 수출국으로 둔 국내 기업들이 중국의 경기 부양책을 기점으로 회복세에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하는 이유다. 지난해 기준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중국 수출 비중은 36.3%이다. 건설기계 업계 역시 중국 정부가 부동산 대출 금리를 인하하는 등 부동산 경기 살리기에 들어가면서 수출 호황 기대를 높이는 중이다.
정유사 입장에서도 중국의 수요 회복은 글로벌 수요 회복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실적 개선의 청신호다. 중국의 경기 부양책에 대해 기대했던 만큼 실망감이 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중국 정부의 경제 회복 의지가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경기가 단숨에 활기를 되찾기는 어렵더라도 어느 정도 회복세를 보이는 데에는 충분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