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 7월 가업상속·승계 제도 및 중견기업 적용 기준 완화
중견기업 현장 "매출 기준으로 기업 구분 의미 없어" 정책 실효성 부족 지적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중견기업에 대한 맞춤 지원이 부족해 차라리 중소기업 회귀를 원하거나, 규모 향상을 포기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올해 세법을 개정해 중견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했음에도 현장에선 실효성이 부족하단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월 기획재정부는 2024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여기엔 중견기업에게 가장 큰 부담이었던 가업상속·승계 제도를 개선한단 내용 등이 담겼다. 해당 개정안을 통해 매출액이 3000억원 이상이면 업종별 구분 없이 중견기업으로 정의되던 세법이 보다 정교해졌다. 중소기업계처럼 업종에 따라 다른 매출액 기준을 다르게 적용, 각 업종별 기준 3배를 넘어서면 중견기업으로 보기로 했다.
일단 중견·중소기업계는 개정안에 포함된 △상속·증여세 최고세율 인하 △소기업·소상공인공제의 소득공제 확대 등이 담긴 것을 두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특히 기업승계 세부담 완화 등 중견기업계가 지속적으로 건의해 온 과제들이 개선, 반영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하향 조정하고,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를 폐지하면서, 경영 안정성이 강화된단 설명이다. 더불어 중소기업이나 매출액 5000억원 미만의 중견기업이면 가업 영위 기간에 따라 최대 600억원을 공제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런 혜택에도 불구하고, 관련 업계에선 마땅한 실적이 나오지 않는 형편이다. 가업상속공제 대상 중견기업 매출액 기준이 완화됐음에도 최근 공제 대상에 포함된 대형 중견기업 실적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이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중견기업의 가업상속공제 금액은 1889억원이다. 이는 지난해(270억원)의 7배 수준으로 증가한 액수다. 가업상속공제액을 매출액 규모별로 보면 1000억∼3000억원 구간이 831억원(4건)으로 가장 많았다. 100억∼500억원(545억원·10건), 500억∼1000억원(377억원·4건) 등 순이었다. 반면 매출 최고 구간인 3000억∼5000억원 중견기업의 가업상속공제는 0건이었다. 중견기업까지 세제 혜택을 늘렸음에도, 사실상 덕을 본 기업은 중소기업 밖에 없는 셈이다.
업계는 가업상속공제 대상 확대 정책의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단 기준 자체가 매출액을 기준으로 잡는 것부터 실익이 부족하단 증거며, 오히려 특정 요건을 만족하는 소수 기업에 대한 특혜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다.
특히 중소기업을 졸업한 중견기업은 역으로 금융·조세 부담을 받기 때문에, 오히려 회귀를 원하는 기업도 생겨난 실정이다. 일단 기업 규모가 전환되면 일부 지원사업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는게 단점으로 꼽힌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2022년 중견기업의 약 6.6%가 조세 혜택과 금융지원을 고려해 중소기업으로의 회귀를 검토한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전통 제약사 D사 관계자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을 구분하는 방식이 마치 ‘동네에 살면 길고양이, 숲에 살면 들고양이’라는 법처럼 허술하다. 단지 매출 몇 푼 더 번다고 중견기업으로 낙인 찍고 지원사업을 끊어 버리면, 누가 기업을 성장시키고 싶겠나”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