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코인세 강행, 상속·증여세 완화' 예산안 법정시한 하루 전 번복
與와 예산안 최종 합의서 '상속세 부결' 위한 협상 카드로 활용할 듯
매일일보 = 정두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가상자산세(코인세), 상속세에서 최근 갈지(之)자 행보를 보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그간 가상자산세의 경우 내년 1월부터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다 지난 1일 정부·여당의 '2년 유예' 요구를 전격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상속세도 그간 최고 세율을 40%로 낮추는 정부 개정안에 전향적이었다가 이날 "부자 감세"라며 돌연 입장을 바꿨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가상자산 과세 유예는 깊은 논의 끝에 추가적 제도 정비가 필요한 때라는 생각을 했다"며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에 대해 동의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최고세율 인하 등을 담은 상속세 개정안에 대해서는 '부결' 입장을 밝혔다.
그간 민주당은 코인세의 내년 1월 시행 방침을 고수하는 대신 기본공제 한도를 기존 25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늘리는 절충안을 강조하며 당정의 '시행 유예' 기조에 선을 그었다. 그러다 예산안 법정시한 만료를 불과 하루 앞둔 이날 야당은 '코인세 유예'로 입장을 선회했다. 과세체계 미비, 원화 유출 등 당정의 시행 반대 논리에 동의했다는 게 민주당의 공식 설명이다.
다만 여기에는 투자계 반발 등 민심 동향을 의식한 '정무적 판단'이 주효했다는 게 정치권 중평이다. 특히 앞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동의한 반면 같은 맥락의 코인세는 즉시 과세하는 것은 조세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최근 7만7000여 명에 달하는 투자자들이 코인세 유예를 주장한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동의한 것도 민주당의 '조세 유턴'을 부추겼다는 관측도 있다. 현재 해당 청원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회부된 상황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본지에 "가상자산 과세는 그간 우리 당 내부에서도 찬반 여론이 분분했던 이슈"라며 "당초 기본공제 상향으로 절충안을 내긴 했지만, 금투세 폐지 동의와 가상자산 과세가 상충한다는 내부 의견이 막판에 힘이 실린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이재명 당대표의 대권가도를 염두에 둔 처사가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그건 확대 해석"이라며 "민심을 반영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이 가상자산 과세 의제에서 급하게 뱃머리를 돌린 것은 '상속·증여세 개정안 부결'을 위한 정지작업 성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코인세 양보로 상속세 부결 충격파를 완화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8월 '경제 우클릭'의 일환으로 상속세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 조정을 언급한 바 있다. 그와 동시에 민주당에서는 일괄공제 및 배우자공제 상한을 높인 상속세 개정안들이 줄줄이 발의됐다. 이에 당은 최고세율 50%→40%, 자녀공제 확대(1인당 5억 원) 등의 내용이 담긴 정부안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었다. 1999년 이후 25년 동안 낡은 세법이 적용되고 있는 만큼, 물가 변동 등 조세체계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당내 현역 의원들의 목소리도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정부 예산안 처리 데드라인을 하루 앞둔 민주당은 상속·증여세법 부결 입장을 공식화했다. 박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상속·증여세법 부결 사유에 대해 "초부자감세이기 때문"이라며 "부결로 1조5000억 원 정도의 세수가 더 걷힐 것으로 본다. 이 추가 예산으로 여당과 협상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당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당의 이같은 상속세 유턴은 가상자산세 유예를 여당과 협상 카드로 양보하며 조세 저항을 줄이는 한편, 예산 정국 말미에 '상속세 현상유지'를 관철하며 당정을 압박하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당정은 금투세·코인세에 못지않게 상속·증여세 개편에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이에 야당이 여당과 예산안 최종 합의 테이블에서 '이재명표 증액안' 등을 관철하기 위해 상속세 부결을 카드로 쥐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