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정책수단은 제한될 가능성 높아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원·달러 환율 1010원선이 무너진 가운데 올해 말이나 내년초 중으로 ‘환율 세자릿수’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해외 투자은행(IB)들과 경제 전문가들은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의 세계 자금 이동 추세에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영향까지 더해져 원화 강세 기조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기의 문제일 뿐 세자릿수 환율 진입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제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달 9일 올 연말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기존 1055원에서 975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같은 날 모건스탠리도 내년 1·2분기 환율 전망치를 각각 980원, 960원으로 낮춰 잡았다. 기존 전망치는 각각 1100원, 1075원이었다. 이 기관은 올해 4분기 환율 전망치도 기존 1125원에서 1000원까지 내렸다.HSBC홀딩스는 지난 5월 29일 내년 1분기 환율 전망치를 1030원에서 995원까지 내렸다.이외에 BMO캐피털마켓도 지난 5월 27일 내년 1분기 환율 전망치를 1110원에서 990원으로, 올해 4분기 전망치는 1130원에서 995원으로 조정했다.
해외 IB들의 원·달러 환율 전망 평균치(중간값)는 4분기가 1025원, 내년 1분기가 1020원으로 아직 1000원선 위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4분기 전망치는 1050원에서 1025원으로, 내년 1분기 전망치는 1050원에서 1020원까지 떨어지는 등 전망치 하락세는 가파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국내 전문가들도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0원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10일 발표한 ‘원·달러 환율 1000 붕괴 가시권 진입’ 보고서에서 “현재 달러화가 국내로 유입할 수 있는 여건이 과거 세자릿수 환율을 보였던 2006∼2007년보다 양호하다”며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0원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보고서는 경상거래 측면에서 올해도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을 환율 하락 요인으로 꼽았다. 자본거래 측면에서는 외국인 자본이 국내 순유입 기조를 보이고 있어 역시 환율에 하락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반면, 미국 재무부가 의회 보고서에서 한국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문제를 언급하는 등 국제사회의 외환시장 개입 자제 요구 분위기를 고려해 외환당국의 정책수단은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판단했다.일각에서는 환율이 1000원선 밑으로 일시적으로 내려갈 수는 있지만 900원대에 머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이 경상흑자를 지속하는 등 다른 신흥국에 비해 기초여건이 견조한 편이어서 안전통화로서의 원화 위상이 올라간 상태”라면서 “이 때문에 원화 강세 압박이 4분기 초까지는 계속되겠으나, 국내 경제 기초여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후에는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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