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수출기업 타격이 내수부진으로 이어져”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현재 원·달러 환율은 균형환율보다 10% 이상 고평가돼 있으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과거와 같은 외환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한국경제연구원이 아시아금융학회와 공동으로 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하반기 환율 전망과 대책’ 세미나에서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이같이 주장했다.
오 회장은 2010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원·달러 환율의 평균적인 중기 균형치를 1124원으로 추정하며 5년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 7일 환율(1008.90원)은 이 중기 균형환율보다 10.2% 고평가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그는 “하반기에 원·달러 환율이 1000원선까지 하락할 경우 11% 수준까지 고평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그는 특히 1993년 4분기∼1997년 3분기, 2006년 1분기∼2008년 3분기 사이에도 원·달러 환율이 균형치에서 과도하게 이탈하며 경상수지 악화에 따른 경제위기가 나타난 적이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그는 “원화가 균형환율에 비해 고평가되는 현상이 중기적으로 지속되는 경우에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도 “엔화에 대한 원화 가치가 2012년 6월 이후 절상되기 시작하면서 현재 51%의 절상률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오 회장의 전망에 동조했다.1997년 원·엔 환율이 30%의 절상률을 기록했을 때 외환위기가 초래됐고 2008년에도 47%의 절상률을 나타내면서 외화유동성 위기가 발생한 사례에 비춰볼 때 최근의 환율변동에 대한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권 원장은 “수출증가율이 2012년 -1.3%로 추락한 후 지난해부터 2% 수준이 지속되고 영업이익이 악화되면서 기업투자가 위축되고 있다”며 “수출기업의 어려움이 중소납품업체들로 확산되면서 고용이 어려워지고 소비가 줄어드는 등 내수부진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변양규 한경연 거시정책연구실장은 “경상수지 흑자 확대와 외국인 주식투자의 순매입 전환으로 국내 유입되는 달러의 증가세가 더욱 확대되고 있어 1000원선 붕괴마저 우려된다”고 밝혔다.그는 “연말에 원·달러 환율이 1000원을 기록할 경우 수입물가 하락을 통한 내수 진작의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수출 감소를 통한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 올해 경제성장률이 0.21% 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윤덕룡 대외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환당국이 달러화 외의 주요 통화시장도 개설해 지역적 여건변화에 시장이 직접 대응하게 하고 원화의 국제화를 추진해 원화 환율이 각 통화에 대해 유연하게 변동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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