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완 무관 합니다”…글쎄?
제약업계 영업사원 1년새 두 달꼴로 한번 씩 자살…사인 실적압박 때문? 유족들, “리베이트 관행 때문에 죽었다” 조사 촉구…제약사, “관계없다”
[매일일보=황동진 기자] 국내 제약업계가 영업사원의 잇단 자살로 초비상이 걸렸다. 단순한 자살 사건으로 치부하기에는 두 달 꼴로 한번 씩 발생하는 터여서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실제, 자살한 영업사원이 속한 제약사의 경우 기업이미지가 실추된 것은 물론이거니와 매출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자살의 원인이 대부분 실적 압박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고, 이로 인해 유족들과 회사간 마찰을 빚는 과정에서 재차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지면서 관계당국이 조사에 착수하기까지 이르렀다는 점이다. 때문에 리베이트 건으로 이미 한차례 홍역을 치른 제약업계가 ‘또다시 후폭풍을 맞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난 3월, 중견제약사인 H사 부산지점장 K모씨가 부산 동래구 한 모텔에서 마취제를 넣은 링거주사를 맞고 자살했다. 당시 경찰은 유족들의 말을 빌려 K씨가 실적 부진에 괴로워했다며 실적 압박에 따른 자살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H사는 이와 달리 “K씨가 공금횡령 사건에 휘말려 회사와 갈등을 빚어왔다”며 회사측이 비정상적인 실적강요를 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 H사는 이미지 실추와 더불어 매출등 유무형적 손실을 입은 것으로 전해진다.
제약업계 영업맨, 릴레이 자살
이어 지난 10월, 대기업 계열사 T사 영업사원 Y모씨가 자신의 아파트 15층에서 투신자살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Y씨 역시 실적부진에 따른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하지만 Y사 역시 개인적인 문제일 뿐이라며 회사는 무관하다고 변명하기에 급급했다.
업계와 관계당국의 관심 요망
상황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자 일각에서는 비난의 목소리와 함께 관계당국의 재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부분 자살 사건에 연루된 제약사들은 회사와는 무관하다고 발뺌하기에만 급급하고, 업계는 이를 외면하고 있으며, 관계당국 역시 눈을 감아버리는 형국이어서 다시 한번 강력한 리베이트등에 관한 재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른 A사 관계사 역시 “잇단 영업사원의 자살 원인이야 잠시 접어두고서라도 결과적으로 업계 전체에 악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라며 “이럴 바에는 공정위 등이 수사를 통해 자살 원인을 규명해야 할 것이며, 또한 업계 전체가 나서 영업사원의 자살 방지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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