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만에 0.3%p 낮춰...엔저에 중국·유럽 경기둔화 영향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해외 금융기관들이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두 달만에 0.3%포인트 낮아진 3.5%로 내다봤다.이는 3% 후반대인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전망치를 밑도는 수치다.
22일 국제금융시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28개 해외 경제예측기관이 내놓은 한국의 내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는 평균 3.5%로 집계됐다.
해외 기관들의 전망치는 5월부터 10월까지 3.8%를 유지했으나 지난달 들어 점차 낮아지기 시작했다.
한국의 내수 경기가 여전히 부진한데다 중국·유럽의 경기 둔화와 엔저 심화로 수출에도 먹구름이 낄 수 있기 때문이다.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해외 기관들은 한국 경제가 올해 3.5%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기관별로는 HSBC와 미국 시장조사기관 IHS이코노믹스의 전망치가 3.1%로 가장 낮았고 BNP파리바는 3.3%로 내다봤다.다수의 IB는 일본 자민당의 총선 압승으로 아베노믹스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으면서 엔저를 한국 경제의 하방 위험 요소로 꼽았다.HSBC의 로널드 맨 이코노미스트는 “엔화 약세 탓에 일본 수출업체와의 가격 경쟁이 심해지고 있고, 구조적 문제로 내수 부진도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3.5% 성장률을 전망한 노무라증권의 권영선 이코노미스트는 “엔저로 늘어난 일본 기업의 이익은 연구·개발(R&D) 투자로 이어지고, 이는 중기적으로 일본의 수출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모건스탠리는 엔화 대비 원화 가치의 상승(원·엔 환율 하락)이 내수의 한 축인 설비투자에도 부담을 줄 것으로 봤다. 이들은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의 경기 둔화가 국내 수출에 당분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내년 성장률을 3.7%로 제시했다.실제로 대(對)미 수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로 9월 19.8%, 10월 24.9%, 11월 20.8% 증가하는 등 호조다. 그러나 대중 수출 증가율은 9월 6.4%, 10월 3.5%, 11월 -3.2% 등 점차 감소하고 있다. 대유럽과 일본 수출은 증가율은 9∼11월 내리 마이너스를 기록했다.이밖에 무디스(3.4%), ING그룹(3.5%), 스탠다드차타드(3.6%) 등이 3% 중반대, JP모건(3.7%), 골드만삭스(3.8%), 바클레이즈(4.0%) 등은 3% 후반대와 그 이상의 성장률을 예상했다.국내 기관들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3.7%로 해외 기관보다는 긍정적인 편이다.한국개발연구원(KDI)과 KDB대우증권이 3.5%로 가장 낮고 현대경제연구원 3.6%, 한국금융연구원 3.7%, LG경제연구원 3.9% 등이다.내년 성장률 전망치에 대한 하향 조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경제연구원은 큰 폭의 국제유가 하락세가 경기 하방 위험을 상쇄할 것이라며 3.7% 성장 전망을 유지했다.기재부는 내년에 수출·투자 확대, 정부정책 효과로 3.5∼4.0%의 성장률이 전망되지만, 하방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또 경기 회복 속도가 완만해 내년 상반기보다 하반기 성장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내년 경제성장률을 3.9%로 전망한 한국은행은 다음 달 수정 전망 때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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