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예슬 기자] 일동후디스·보령메디앙스 등 어린이용 과자 제품에 표시된 나트륨 함량이 성인 기준인 것으로 밝혀져 관련 제도의 헛점이 도마에 올랐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소비자단체 컨슈머리서치의 조사 결과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어린이용 식품 10개 중 6개의 나트륨 함량 표기가 ‘성인 기준’이고, 실제 대상인 영유아에 적용했을 때 지나치게 많은 나트륨이 함유된 것으로 밝혀졌다.
어린이 식품의 나트륨 과다 함량은 일동후디스, 남양유업, 종근당건강, 풀무원, 서울우유 등 업체의 유아용 식품에서 두루 나타났다.
권장량 대비 비율 차이가 가장 큰 보령메디앙스의 ‘베이비오 유기농 쿠키 치즈레시틴(10개월부터)’의 나트륨 함량은 85mg으로 성인 기준으로는 4%에 그쳤지만, 실제 대상연령인 10개월 영유아를 기준으로 하면 23%나 되는 양이다.
또 일동후디스 ‘아기밀 냠냠 그릭요거볼 플레인’, 매일유업의 ‘맘마밀 요미요미 한입쏙쏙요거트 플레인’, 풀무원의 ‘베이비스낵 분유곡물바 딸기’, 남양유업의 ‘아이꼬야 유기농 쌀과자 바다’ 등의 제품은 나트륨 함량을 성인을 기준삼아 2% 미만으로 표시했지만 대상 연령층 기준으로 하면 최대10%대까지 5배 이상 훌쩍 높아지는 제품도 있다.
이처럼 어린이용 제품을 성인 기준에 맞춰 표기해도 현행 규정상 문제는 되지 않는다. 문제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쉬워 자칫 어린아이들이 ‘소금덩어리 과자’를 먹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보령메디앙스 관계자는 “일단 표기를 성인용으로 한 것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는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나트륨 함량에 대해서는 현재 회사 내부적으로도 논의 중이며, 공식적인 입장은 밝히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도 “법적인 표기사항에 따른 것”이라며 “이번에 언급된 업체들 중에서는 남양유업 제품의 나트륨 함량이 가장 낮은데도 불구하고 함께 언급되는 것이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현행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식품 등의 표시기준에 따르면 0세에서 5세까지인 영·유아 특정집단 대상 식품은 식약처가 제시하는 ‘영양소 기준치(만20~64세의 권장섭취량 평균)’ 혹은 한국인 영양섭취 기준 중 ‘해당 집단의 권장섭취량’을 기준치로 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특정집단 영양소 기준치 표기는 의무사항은 아니며, 권장 차원인 만큼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식품의 영양성분을 성인 기준으로 표기해도 법적 문제는 되지 않는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영유아·임신수유부 등 특수 집단이 먹는 식품에 대해서는 ‘특수용도식품’으로 따로 관리하고 있다”며 “여기에 해당하는 제품은 대상 집단 기준의 영양권장량을 함께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에 문제가 된 제품들의 경우 제조사에서 홍보를 위해 ‘베이비’, ‘키즈’등의 이름을 붙였을 뿐 성인들도 먹을 수 있는 ‘과자류’기 때문에 일반 영양권장량을 표기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