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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최근 국제 금값 하락으로 한국은행이 금 투자에서 1조8000억원에 달하는 평가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됐다.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 26일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10년간 금 매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1∼2013년 한은이 사들인 금을 현 시세로 평가할 때 매입가 대비 평균 3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은행은 김중수 전 총재 재임 당시 금 보유량 확충 계획을 세우고 공격적인 금 매입에 나섰다. 한은의 금 매입량은 2011년 40t, 2012년 30t, 2013년 20t 등으로 총 90t에 달한다.한은이 집중적으로 금을 매입한 시기는 국제금값이 사상 최고대를 기록했던 시점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비싸게 샀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2006년 3월에 1트로이온스당 534달러였던 국제금값은 이후 가파르게 올라 2011년 9월에는 온스당 1900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양적완화에 따른 미 달러화 약세, 유럽재정위기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이후에도 1600∼1700달러대 높은 수준을 유지하던 국제금값은 2012년 10월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반전했다.현재 국제금값은 미국의 금리 인상 예고로 최근 들어서는 5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이달 24일 뉴욕상품거래소 기준 1트로이온스당 1085.5달러까지 떨어진 상태다. 박 의원 자료에 따르면 한은이 2011∼2013년 사들인 금 90t의 매입가는 약 47억1000만 달러다. 한은은 외환보유액을 매달 공표하면서 보유 금의 가치를 시세가 아닌 매입 당시의 장부가를 기준으로 기재하고 있다.현시세(1트로이온스당 1085.5달러 적용)를 적용한 금 90t의 가치는 약 31억4000만 달러로, 평가손실액은 매입가 대비 15억7000만 달러(약 1조8000억원)에 달한다.시가를 적용한 금 90t의 평가가치가 장부가 대비 3분의 2로 줄어든 것이다.국제 원자재 가격 급락과 더불어 국제금값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어 평가손실은 더 커질 전망이다.한국은행은 금 시세 변동으로 보유 금의 평가가치가 떨어졌다고 비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금 매입은 외환보유액의 통화·상품 다변화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금 가격 변동에 따른 단기적인 손익평가는 큰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김중수 전 한은 총재도 “금을 산 것은 위험할 때를 대처하는 용도이지 평상시 자산증액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박원석 의원은 “한은의 금 투자는 장기보유 성격으로, 당장 손실이 실현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매년 같은 지적이 반복되고 있으므로 중앙은행으로서 당시 투자시기, 과정, 대상 선정 등이 적절했는지 책임 있는 해명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