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정두리 기자] 한국 방문자의 씀씀이가 줄어들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등의 여파로 상반기 외국인 관광수입이 10%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9일 한국은행의 국민소득 통계를 종합하면 외국인 관광객이 국내에서 쓰고 간 돈을 나타내는 비거주자 국내소비지출(계절조정·실질 기준)은 올해 상반기 총 6조6000억원으로, 작년 하반기(7조4000억원)보다 10.8%(8000억원) 줄었다.이는 엔화 약세로 일본인 관광객 입국자가 크게 줄었던 2009년 하반기(1조10000억원 감소)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다.비거주자 국내소비지출은 국내에 주소를 두지 않은 외국인 방문객의 소비지출 금액을 합산한 금액으로, 기업 등을 제외한 가계 부문만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국제수지 통계상 여행수지와 구별된다.최근 몇 년 새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이 늘면서 외국인 관광수입은 대체로 증가 추세를 보여왔다.국내총생산(GDP)에서 비거주자 국내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명목 기준)은 2006년 0.4%에서 지난해에는 1.0%로까지 상승했다.그러나 올해 들어 이런 추세가 크게 꺾인 것이다.가장 큰 원인은 5월 말 이후 본격화한 메르스 사태에 따른 입국자 수 감소이다.중국인 입국자는 5월 61만8000명에서 6월 31만5000명으로 반토막이 났고, 일본인 입국자도 18만8000명에서 10만1000명으로 크게 줄었다.
다른 국적 입국자도 전반적으로 줄면서 상반기 전체 외국인 입국자 수는 작년 하반기(758만명)보다 90만명(11.9%) 줄어든 668만명을 기록했다. 상반기 관광수입 축소와 비슷한 감소율이다.한은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 인천 아시안게임 개최 등으로 외국인 관광객 수가 크게 늘었다는 점에서 올해 상반기에 기저효과가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문제는 외국인 관광수입 전망이 하반기에도 낙관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7월 전체 외국인 입국자 수는 63만명으로, 메르스 충격이 본격화된 6월의 75만1000명보다도 더 크게 줄어 3분기 관광수입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8월 중순 이후 입국자 수가 메르스 이전 수준으로 반등하긴 했지만 여름 성수기인 점을 고려하면 회복세가 충분하진 못한 상태다.씀씀이가 큰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이 예전보다 줄어 관광수입 회복을 더디게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여행수지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입국자의 1인당 평균소비액은 지난해 평균 1272달러에서 올해(1∼8월 기준) 평균 1216달러로 4.4% 줄었다.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이성태 부연구위원은 “1인당 지출액이 평균적으로 큰 편인 러시아 관광객이 자국 경기침체 이후 발길을 줄인 점, 1인당 지출액이 적은 크루즈 관광객이 4월부터 증가하고 있는 점 등이 평균소비액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다만 외국인 관광객 수가 회복 단계에 들어선 만큼 상반기 관광수입 부진을 딛고 다시 종전 수준으로 복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이 부연구위원은 “외국인 입국자 수는 지난달 말 이후 회복 단계에 이르렀고 중국 항공사들도 메르스 사태 때 줄였던 한국행 운항편수를 복원한 상태”라며 “내달초에 있을 중국 국경절 연휴 특수 등을 고려하면 관광수입도 종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