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구, 전국 처음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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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 전국 처음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 선포
  • 송인성 기자
  • 승인 2015.09.24 1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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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임대료·집값 상승하자 변신 주도 했던 이들 떠나
이를 방지 위한 조례 제정… 24일부터 최초 공포 ․ 시행
[매일일보 송인성 기자]IT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지식산업센터와 수제화, 봉제 등 전통산업이 혼재된 회색빛 준공업지역인 성수동은 2012년부터 젊은예술가와 비영리단체, 사회적기업이 하나 둘 둥지를 틀면서 특별한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성수역 부근의 빈 공장과 창고에서는 전시회와 패션쇼가 열리고, 서울숲길의 낡은 단독 ․ 다가구 주택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는 레스토랑과 카페 그리고 예술가등의 작업실과 갤러리, 공방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성수동 골목은 그야말로‘뜨는’동네가 됐다.
성수동이‘뜨는’동네가 된 것은 강남과의 접근성이 뛰어나고 서울숲, 한강 등 우수한 자연환경이 갖춰진데다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했기 때문이다.그러나 낙후된 도시환경이 개선되면서 동네가 뜨자 임대료나 집값 등이 상승했고 성수동의 변신을 주도했던 이들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성수동을 떠나기 시작했다.동네가 뜨자 그 안에 살던 원주민이 밀려나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다. 홍대나 신촌, 가로수길, 삼청동길, 경리단길 등 뜨는 곳마다 나타났던 현상으로, 최근 성수동이 서울시 도시재생시범지역으로 선정된 것도 임대료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 ‘동네가 뜨니 동네를 떠나야 한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성동구가 젠트리피케이션(인구 이동 현상) 방지를 위한 조례를 제정해 24일부터 전국 최초로 공포 ․ 시행한다.하루 앞선 23일 오후 2시30분 성수1가제2동 주민센터에서 임대인, 임차인, 성동구청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조례 선포식을 개최했다.
조례의 정식 명칭은 '서울시 성동구 지역공동체 상호협력 및 지속가능발전구역 지정에 관한 조례'다.이 조례는 관할구역에 지속가능발전구역을 지정한 뒤 도심재생사업을 펼쳐 지역상권 발전을 유도하며, 상권이 발전함에 따라 대형 프랜차이즈 등이 입점해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주민들이 협의체를 구성해 외부에서 들어오는 입점업체를 선별할 수 있게 해 도시경쟁력과 문화다양성을 보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주민협의체는 이 조례를 주도적으로 실행하는 일종의 주민 자치 조직으로,주민자치위원, 임대인 ․ 임차인 ․ 거주자가 포함되고, 사회적경제기업가, 문화 ․ 예술인 등 지역활동가도 참여하게 된다.이들은 임차권보호 및 지원에 관한 사항, 신규 업소 입점 조정 사항, 지속가능발전구역 추진사업 사항 등을 협의하게 된다.따라서 지역공동체 생태계 및 지역상권에 중대한 피해를 입히거나 입힐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업소일 경우 주민협의체의 사업개시 동의를 받아야 한다. 성동구는 동의를 얻지 못한 입점 업소의 경우 입점지역 ․ 시기 ․ 규모 등의 조정을 권고할 수 있다.구 관계자는 “뜨는 동네가 되면 대형 프랜차이즈업체나 술집 등이 무분별하게 들어서면서 동네 특유의 매력이 떨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미국 뉴욕시에서 운영중인‘커뮤니티보드(Community Board)'의 개념을 차용했다”고 설명했다.정원오 성동구청장은“전국 최초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한 조례를 시행하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지역 문화를 만들고 높아진 지역의 가치를 함께 공유하는 상생의 길을 걷게 되기를 기대한다”며 “지역공동체 각 구성원들이 상호신뢰와 연대의식을 바탕으로 상호협력을 증진하면 성동구를 지속가능 도시의 서울시 모범으로 만들 것”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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