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 7000원 꼴 “3천원에 안 되겠니?”
식사의 질에 대한 개선 논의 전무?자장면 한 그릇 보다 못한 병원식사
한국 사람들은 먹는 것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맛만 좋다면 값에 상관없이 전국방방 곳곳 오지를 찾아서라도 먹고 마는 게 우리나라 사람 아니던가.
하지만 사람들도 병원밥에 대해서는 고개를 흔든다.
“도대체 병원에서 먹는 밥은 왜 이리 비쌀까? 이게 7000원 짜리 밥인가?” 라는 의문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병원에 한번이라도 입원해 본 사람이면 병원밥값의 의문이 들기 마련이다.
최근 경실련의 발표에 따르면 전국 12군데 국·공립병원과 12군데 급식업체 등 모두 2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입원환자의 식대 원가는 2000원 가량이다.
현재 병원에서 7000~8000원인 식대를 가만 하면 환자들은 그동안 최고 4배가량의 식대를 부풀려 부담해온 셈이다.
병원밥값 논쟁은 어제오늘 벌여온 문제는 아니지만 이번 정부가 실행하려는 병원식대 건강보험 부담 건에 대해 시민단체와 병원 측의 첨예한 대립으로 의료계가 술렁이고 있다.
정부가 오는 6월부터 환자 밥값을 건강보험에 적용하기로 함에 따라 병원 측과 시민단체가 팽팽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정부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6월부터 입원환자는 정부가 정한 일반식의 기본가격 3천 390원을 기준으로 기본식을 먹으면 밥값의 20%만을 낸다.
기본식 이상 식사(5천680원)를 먹게 되면 추가비용이 발생하더라도 환자는 50%만을 부담한다고 되어있다.
즉 기본식대는 20%, 가산되는 식대에는 50%를 환자가 부담한다는 뜻이다.
병원식대는 그동안 보험 적용이 안 되어 왔지만 오는 6월부터 보험대상에 포함돼 환자들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왔었다.
경실련- 병원들 돈벌이 수단 전락 우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방안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기본식대 가격을 너무 높게 책정했다고 주장했다.
12개의 공공병원 식대 원가 평균이 1830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번 정부의 기본가격 설정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4일 경실련은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입원환자식대를 보험 적용하는 논의에 있어 거의 모든 의료기관에 가산 조건을 붙여 식대를 보존해주고 본인부담률 50%/까지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어, 건강보험재정에 부담을 가져오면서도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방안으로는 적절치 않은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기본가가 높게 책정되었고 최고 2천 290원(사실상 환자가 선택할 여지가 거의 없는 액수)을 더 받을 수 있도록 돼있어 사실상 환자 식대비가 5천 6백원으로 인상되는 것이라는 게 경실련 측의 주장이다.
또한 이미 올해 1월부터 병원식대 제도 시행에 맞춰 보험료도 3.9%로 인상되어 국민들이 내왔기 때문에 보다 합리적인 수준의 밥값 책정을 촉구했다.
대한병원협회- 병원의 연간 수입 감소 불가피
한편, 대형 병원 측은 이 같은 정부의 기본식대 가격 책정에 따라 대형 수입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여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병원 측은 “대형병원은 정부의 발표대로 식대가 정해진다면 연간 수입이 20~30억원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또, “식대 기본가가 낮아지면 저가 음식을 공급하는 위탁업체에 급식을 맡길 수밖에 없고 결국에는 식사의 질이 나빠져 피해를 보는 것은 환자들이다.”라며 식대 기준가격을 최소 산재수가를 일반식은 4천 370원, 치료식은 5천 240원 수준을 내걸었다.
현재 서울삼성병원의 일반식 환자 밥값은 8천 500원, 서울아산병원은 7천 700원이고 대부분의 대형병원의 일반식 한 끼 식사 금액은7천 500~8천원 수준이다.
이처럼 병원밥값 적정선을 놓고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은 병원식사의 질적인 고려는 하지 않고 밥값에만 연연해하는 모습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병원에 한번이라도 입원했던 경험이 있거나 환자의 가족들은 병원식사가 질적으로 얼마나 떨어지고 병원 측이 터무니없는 가격측정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시민들은 식사금액도 문제지만 병원밥의 질적인 면에 더욱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한 종합대학병원
5인실 입원환자의 한 끼 식사비는 7천 원가량이다. 한달을 입원하게 되면 70만원 정도가 식대로만 빠져 나간다.
서울의 모 종합병원에 입원한 박모(46)씨는 얼마 전 교통사고로 입원해 입원하고 있었다.
박씨는 “먹을 수가 없어요. 도대체 이런 식단에 7000원 가량을 받는다니... 영양사도 없는 것 같고 아~ 정말 어쩔 수 없이 먹긴 먹지만 해도 너무합니다.”라며 병원식사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옆 병실의 강모(34)씨도 병원밥에 대해 입을 열었다.
“꽁치 한 토막에 계란후라이 김치와 콩나물국 이게 7300원 짜리 식사로 보이십니까? 밖에 나가 4~5천 원짜리 밥을 먹어도 이보다는 더 푸짐하고 잘 먹을 수 있습니다.
차라리 우동이나 자장면 한 그릇 먹는 게 훨씬 나아요.
다행이 6월부터 식대가 건강보험 적용이 된다고 하니 다행이긴 하지만 지금 환자가 100% 부담하는 상황에서도 이 모양인데 단가를 낮추고 보험적용 시켜버리면 더 가관일 겁니다.”
옆의 환자들도 거들었다.
“아니 5인실 입원비도 보험적용하면 돈 만원 수준인데 한끼 밥값이 7300입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환자들은 대부분 병원밥이 비싼 것은 환자들에게 필요한 영양소에 맞게 영양사들이 잘 짜서 내는 식단인 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음식을 보면 도저히 먹을 의욕이 안 생겨요.
우리가 무슨 80년대 군 복무하고 있는 군인도 아니고 이게 영양사가 짠 식단인 지 의심스럽습니다.
이건 다 병원들이 돈벌어 쳐 먹으려고 하는 수작입니다.”
비단 병원식사에 대한 환자들의 불만은 어제오늘 이야기는 아니었다.
전부터 “가격에 비해 반찬이 너무 형편없다.”, “환자들의 상태를 고려하고 내는 식사인가.” 하는 말들은 그간 수없이 흘러나왔다.
또 병원식의 시간도 문제가 되어왔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는 아침밥은 8시, 점심은 1시, 저녁은 5시 정도에 나온다.
저녁식사가 나오는 시간이 너무 이르다 보니 환자들은 밤에 배고픔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
저녁밥이 일찍 나오는 이유는 다름 아닌 밥을 해주는 아줌마들이 일찍 끝내고 집에 가기 때문에 환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오후 5시에 저녁밥을 먹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정부와 단체 싸움에 국민들만 혼란
이렇게 입원 환자들은 불만 속에서도 대부분은 병원밥을 그냥 단순히 입원했으니 당연히 먹어야 하는 것으로만 생각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더욱이 병원들은 높은 단가를 책정해 환자들에게 이윤을 남기려고만 했고 그로인해 병원밥에 대한 원가공개를 꺼려 왔었다.
본지와 통화 한 모 병원 위탁 급식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병원들이 식대에서 남는 비용으로 의사들의 월급을 충당하는 실정이라고 밝힌 것을 보면 그간 병원들의 폭리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환자들 식사의 질적인 문제는 신경을 쓰지 않고 돈벌이에 급급한 병원들을 보며 시민들은 답답하기만 한 실정이다.
물론 이번 병원식대 보험적용 제도에 많은 시민들은 반기고 있지만 앞서 언급한 병원 측과 경실련의 대립상황에 시민들만 혼란이 가중되고 답답하기만 하다.”고 전했다.
또, “경실련의 주장처럼 이번 병원밥값 건강보험 적용사안은 100% 국민들의 세금에서 나가는 것이다.
국민전체가 건·보료 인상분을 내고 정당하게 받는 권리다. 절대로 그 피해가 국민들에게 돌아와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국민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밥값 논란의 진실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이제는 밥값 산정 논의와 더불어 환자 식사의 질을 높이는 데에도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밥값 논란에 있어 환자 식사의 질의 개선이 선행될지 계속 밥값에만 연연해 각 단체가 대립을 보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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