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간 M&A 추진 건수 885건에 달해
[매일일보 정두리 기자] 삼성과 SK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을 위해 대거 인수·합병(M&A)을 추진, 올해 들어 국내 M&A 진행 건수가 기록적 규모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25일(현지시간)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는 금융정보업체 딜로직 자료를 인용, 이같이 전하고 지난 10개월간 M&A 추진 건수가 885건에 달하고 그 규모도 843억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27%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작년 전체의 M&A 금액(840억달러)을 넘어선 것이다.이중 최대 규모는 MBK파트너스컨소시엄이 지분 100%를 5조 8000억원에 사들이고 차입금 1조4000억원을 떠안는 방식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한 것이다.국내 M&A 시장의 급성장은 아시아 지역의 M&A가 작년보다 50% 급등한 글로벌 추세와도 부합한다.중국의 올해 M&A 규모는 4410억 달러를 기록, 아시아 신흥시장에서 부동의 1위에 올랐다.2위인 한국의 M&A 규모는 일본을 제외한 아·태 지역 전체 M&A의 10%를 차지했다.
FT에 따르면 한국 M&A 건수의 90% 이상이 국내 기업 간 이뤄졌고 외국 기업 상대의 추진 건수는 비교적 적은 편이다.예외가 있다면 일본 소프트뱅크가 전자상거래업체 쿠팡에 10억달러를 투자한 것과 중국의 안방보험이 비슷한 금액을 동양생명 인수에 투입한 것 등이다.FT는 또 국내 M&A 협상이 주로 재벌기업 간 경영승계 보장이나 승계자의 그룹 지배력 강화 등을 위해 이뤄진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SK그룹의 지주회사로 IT서비스 사업을 하는 SK주식회사C&C가 SK홀딩스를 267억달러에 사들인 것과 제일모직이 논란 끝에 109억달러를 들여 삼성물산을 합병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경영 위기에 빠진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채권단도 대우조선의 회생을 지원한 뒤 대우조선 측에 자구계획 제출을 요청하는 등 매각을 추진할 방침이다.한국정부도 지분 100%를 보유한 우리은행 민영화 방침을 정하고 매각을 추진해왔다.골드만삭스 코리아의 데이비드 정 투자은행 담당 공동대표는 “한국기업들이 경제상황 악화로 기존의 문어발식 사업을 축소하고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최근 합병붐의 배경을 설명했다.시티그룹의 박장호 투자은행 담당 대표도 한국 재벌기업들이 비경쟁 부문을 포기하고 우선 사업 분야에 중점을 두지 않으면 날로 경쟁이 격해지는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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