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반등·美 경기호조…중국 불안은 여전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정부가 최근 국내 경제상황에 대해 희망적으로 언급하면서 가계·기업 등 경제 주체의 과도한 불안 심리를 경계하고 나섰다.지나친 비관적 전망은 소비, 투자의 위축을 부추겨 경제 주체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지만 부진한 경기상황에 대한 진단과 대응이 느슨해지면서 자칫 잘못된 경제 정책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한은이 강조한 경제의 긍정적 신호는 다양한 대내외 경제 상황에 포함됐다.이주열 총재는 국제유가 반등으로 우리나라의 수출 여건,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국제유가 반등은 한국 경제에 반가운 소식이 분명하다. 산유국들의 경제 회복에 기여함으로써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완화될 수 있고 우리나라가 수출하는 제품의 단가를 올리고 수입물가도 높임으로써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가라앉는다.미국의 경제 지표가 양호한 점도 일단 한국 경제에 긍정적이다.지난 2월 미국의 비농업부문 신규고용 증가량이 24만2000개로 집계되는 등 고용지표가 호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은과 정부는 이런 대외적 상황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긍정적 요소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유일호 부총리는 자동차를 제외한 올해 1월 소매판매가 증가세를 이어갔고 2월 수출은 물량기준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주열 총재는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고 소비 등 내수 회복세의 약화가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다만 2월 들어서는 소비와 투자의 부진 정도가 다소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유가 반등으로 수출 여건이 좋아질 것이라는 견해에 동의하면서도 아직 낙관하기에 이르다는 반응이다.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유가반등과 미국의 경기 회복은 분명히 긍정적 요인”이라며 “특히 우리나라는 산유국에 플랜트, 선박 등 수출하는 것이 많은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수출 개선에 따라 투자, 소비 등 내수 회복을 촉진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그러나 글로벌 경제시장에 중국 경제 불안 등 악재가 곳곳에 남아있는 만큼 실제 수출이 얼마나 호전될지는 미지수다.그동안 우리나라 수출 부진의 구조적 요인으로 중국의 성장률 둔화에 따른 세계 교역량의 감소가 가장 많이 거론돼 왔다. 특히 최근 중국 정부가 5년간 6.5% 이상의 성장을 유지하는 이른바 ‘중속성장’ 목표를 발표하면서 대중(對中)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우리나라 수출에서 미국의 영향은 10%이고 중국은 30%나 된다”며 “중국 정부가 각종 부양책을 쓰겠지만 어려운 상황이고 그래서 우리도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소비나 투자에 긍정적 신호가 보인다는 정부와 한은의 진단에는 의문을 표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생산이나 투자가 여전히 나쁘기 때문에 지금 경기가 좋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세계 교역에서 우리나라의 점유율이 높아졌다고 하는데 당장 매출이 줄어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한은이 각종 경기 회복을 위한 대책을 적극적으로 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오정근 교수는 “유가 반등 등으로 기회가 생겼을 때 적극적으로 재정 및 환율 정책을 펴야 한다”며 “지금 안일하게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