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소방관으로서의 매일은 긴장의 연속입니다. 어느 순간 화재 경보가 울릴지 모르기 때문에 늘 대비해야 합니다. 저는 출동할 때마다 마음을 다잡습니다. 불길과 싸운다는 것은, 단순히 불을 끄는 일을 넘어 사람들의 생명과 삶의 터전을 지키는 일입니다. 특히 전통시장과 다중이용시설은 저희가 자주 출동하는 곳 중 하나입니다. 화재가 발생하면 사람들이 많은 만큼 혼란도 크고, 건물 구조나 점포 배치가 복잡해 상황은 더욱 어렵습니다. 소방관 입장에서 이곳의 화재 예방과 대피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낍니다.
◇예방의 중요성, 그리고 작은 실천의 힘
전통시장과 다중이용시설에서 화재를 경험할 때마다, 이곳에서 일하거나 머무는 사람들이 조금만 더 화재 예방에 신경 썼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전통시장에서는 오래된 전선들이 곳곳에 노출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여러 전기기기가 한꺼번에 사용되다 보니 과부하가 걸려 화재로 이어지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가끔 점포를 둘러보면 전선이 늘어져 있거나, 먼지가 쌓여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전기 안전을 조금만 더 주의해달라고 말씀드리곤 합니다. 사용하지 않는 전기 코드는 뽑고, 오래된 전선은 교체하는 등의 작은 실천이 화재를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시장 내 음식점이나 상점에서는 가스가 중요한 요인입니다. 가스 밸브를 잠그지 않고 퇴근하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가스 누출은 작은 불씨에도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어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이런 단순한 예방 수칙들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그것이 화재 현장에서 큰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대피의 중요성 – ‘익숙함’을 경계하며
현장에서 불길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방관 입장에서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대피하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대피할 때 비상구의 위치나 대피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운 상황을 자주 목격합니다. 예전에 한 다중이용시설 화재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당황해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몰려 있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엘리베이터는 화재 시 전원이 끊기거나 멈추면 오히려 갇힐 위험이 크기 때문에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계단으로 대피하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인데, 막상 화재가 발생하면 이성적 판단이 쉽지 않다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했습니다.
소방훈련과 대피 요령을 숙지하고, 비상구의 위치를 미리 알아두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이런 습관이 비상 상황에서 침착하게 행동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특히, 전통시장이나 다중이용시설 같은 곳에서는 구조가 복잡하고 비상구가 눈에 띄지 않는 경우가 많아, 미리 위치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빠르고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습니다.
◇모두의 안전을 위한 작은 준비
화재는 누구에게나 갑작스럽게 닥치는 일이지만, 그 대비는 철저히 할 수 있습니다. 저희 소방관들은 최선을 다해 현장에 출동하고, 그곳에서 누군가를 구하는 데 온 힘을 다합니다. 그러나 각자가 화재 예방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준비한다면, 저희가 구해야 할 사람의 수가 줄어들 것입니다. 매일 반복하는 작은 실천이 결국 큰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화재 현장을 여러 번 겪은 소방관으로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화재 예방은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비록 제가 하는 일은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화재를 진압하는 일이지만, 가장 이상적인 순간은 모두가 안전하게 대피해 있고, 예방이 잘 되어 있어 불길이 커지지 않는 순간입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 모두가 꿈꾸는 안전한 세상입니다.
서태욱 여수소방서 연등119안전센터 소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