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법 위반 급증 속 솜방망이 처벌 도마 위
양형 기준·가중 처벌 내용 구체화··· 법 적용 관건
양형 기준·가중 처벌 내용 구체화··· 법 적용 관건
매일일보 = 권한일·이혜경 기자 | 반려(伴侶) 가구가 보편화되고 관련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동물 학대 등 비상식적이고 미성숙한 행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관련법 보완·개정에도 학대 적발 건수는 늘고 있는 가운데, 동물 보호 단체와 전문가들은 양형기준을 확립하고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사회적인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KB경영연구소가 올 초 발표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 가구'는 552만 가구로 2년 전보다 2.8%(약 16만 가구) 늘었다. 2022년 대한민국 기준 총인구 5175만명 중 1262만명 가량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동물 학대나 유기 건수도 매년 늘고 있다. 경찰청 자료를 보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검거된 건수는 △2017년 322건 △2018년 416건 △2019년 723건 △2020년 747건 △2021년 688건 △2022년 806건 △2023년 942건으로 증가세다. 검거되지 않았거나 처벌을 피한 사례까지 더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991년 동물학대죄가 신설된 후 동물보호법은 강화되고 있지만 실제 법원 판결에서 처벌 수위가 낮고 동물 보호 효과도 미미한 실정이다. 실제 적발된 사례는 사회적인 공분을 낳고 있다. 일례로 지난 4월, 서울 강동구 한 공원에서 2년간 길고양이의 밥그릇과 집을 수시로 쓰레기 집하장에 버리거나, 고양이를 향해 돌을 던지고 사료에 쥐약을 섞은 한 60대 남성이 적발됐지만 벌금 30만원 선고에 그쳤다. 동물 학대 혐의는 최대 3년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지만 이 남성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주민들의 신고로 CCTV 영상에 학대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지만, 고양이들이 피를 흘리거나 사체로 발견되는 등 직접적 학대에 관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동물 학대 가해자를 재판에 넘기더라도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5년간 법원행정처 '동물보호법 위반 1심 처리 내역'에 따르면 정식재판을 받은 346명 중 197명은 벌금형을 받았다. 이는 전체의 56.9%에 달한다. 반면 실형을 받은 피고인은 19명에 그쳤다.이와 관련해 문중흠 양형위원회 운영지원단장은 "최근 동물 학대 사건이 늘고 있고 동물생명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불합리한 동물 학대를 없애고 적절한 처벌이 이뤄지게끔 기준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양형위가 내놓은 권고 형량 범위 안에 따르면 동물을 죽이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할 경우 기본 징역 4개월~1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다만 감경 사유가 있으면 징역 8개월까지, 가중 사유가 있으면 징역 8개월~2년까지 형이 권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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