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무심코 자행되는 동물 학대···근절 안 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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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무심코 자행되는 동물 학대···근절 안 되는 이유는
  • 권한일 기자, 이혜경 기자
  • 승인 2024.11.04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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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법 위반 급증 속 솜방망이 처벌 도마 위
양형 기준·가중 처벌 내용 구체화··· 법 적용 관건
한 동물보호센터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유기견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 동물보호센터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유기견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 권한일·이혜경 기자  |  반려(伴侶) 가구가 보편화되고 관련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동물 학대 등 비상식적이고 미성숙한 행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관련법 보완·개정에도 학대 적발 건수는 늘고 있는 가운데, 동물 보호 단체와 전문가들은 양형기준을 확립하고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사회적인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KB경영연구소가 올 초 발표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 가구'는 552만 가구로 2년 전보다 2.8%(약 16만 가구) 늘었다. 2022년 대한민국 기준 총인구 5175만명 중 1262만명 가량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동물 학대나 유기 건수도 매년 늘고 있다. 경찰청 자료를 보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검거된 건수는 △2017년 322건 △2018년 416건 △2019년 723건 △2020년 747건 △2021년 688건 △2022년 806건 △2023년 942건으로 증가세다. 검거되지 않았거나 처벌을 피한 사례까지 더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991년 동물학대죄가 신설된 후 동물보호법은 강화되고 있지만 실제 법원 판결에서 처벌 수위가 낮고 동물 보호 효과도 미미한 실정이다. 실제 적발된 사례는 사회적인 공분을 낳고 있다. 일례로 지난 4월, 서울 강동구 한 공원에서 2년간 길고양이의 밥그릇과 집을 수시로 쓰레기 집하장에 버리거나, 고양이를 향해 돌을 던지고 사료에 쥐약을 섞은 한 60대 남성이 적발됐지만 벌금 30만원 선고에 그쳤다. 동물 학대 혐의는 최대 3년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지만 이 남성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주민들의 신고로 CCTV 영상에 학대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지만, 고양이들이 피를 흘리거나 사체로 발견되는 등 직접적 학대에 관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동물 학대 가해자를 재판에 넘기더라도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5년간 법원행정처 '동물보호법 위반 1심 처리 내역'에 따르면 정식재판을 받은 346명 중 197명은 벌금형을 받았다. 이는 전체의 56.9%에 달한다. 반면 실형을 받은 피고인은 19명에 그쳤다.
지난 2021년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학대 행위의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이 가능하도록 보호법이 개정됐고 이듬해 농식품부에서 상향된 동물보호법 전면 개정안이 공포·시행됐지만 현장에선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1일 제135차 회의에서 동물보호법 위반에 대한 양형기준을 새롭게 마련했다. 양형기준이란 법관이 형을 정함에 있어 참고할 수 있는 기준으로, 이번 회의에선 작년 6월 회의에서 동물 학대 범죄를 양형기준 설정 대상 범죄로 결정한 이후 구체적인 형량 범위가 설정됐다. 

이와 관련해 문중흠 양형위원회 운영지원단장은 "최근 동물 학대 사건이 늘고 있고 동물생명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불합리한 동물 학대를 없애고 적절한 처벌이 이뤄지게끔 기준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양형위가 내놓은 권고 형량 범위 안에 따르면 동물을 죽이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할 경우 기본 징역 4개월~1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다만 감경 사유가 있으면 징역 8개월까지, 가중 사유가 있으면 징역 8개월~2년까지 형이 권고된다.

또 동물에게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한 경우, 기본 징역 2~10개월 등을 권고했다. 감경 사유가 있으면 징역 6개월, 가중 사유가 있을 시 징역 4개월에서 1년6개월로 정했다. 특히 특별 가중인자가 많을 경우, 권고 형량 범위 상한을 절반까지 가중한다. 이에 따라 동물을 죽인 경우 최대 징역 3년 또는 3000만원의 벌금형을, 동물을 다치게 한 경우 최대 징역 2년 또는 2000만원의 벌금형을 권고했다. 양형위는 다른 범죄들의 권고 형량범위·양형실무·동물복지·동물의 생명권 등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인식 등을 종합해 권고 형량 범위를 세부적으로 설정했다고 강조했다. 문 단장은 "전문가 및 국민적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수정·추가 사항 검토 후 내년 3월 최종 의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홍완식 한국동물법연구회장 겸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동물 학대의 법적 선고형량이 낮아 문제가 계속 제기돼왔는데 이번 양형기준 강화로 솜방망이 처벌이 해소되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해외 선진국처럼 우리나라도 동물 학대 행위 처벌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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