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보다 3.2%↑677조원 예산 약자복지·경제활력 등 방점
尹 불참에 "야당이 돌 던져도 맞아야" 당내서도 비판
매일일보 = 조석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결국 불참했다. 윤 대통령 본인과 명태균씨의 통화 녹취가 공개되면서 공천개입 의혹의 당사자로 부상, 정국이 소용돌이 치는 데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4일 국회 시정연설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했다. 국무총리의 대통령 시정연설 대독은 이명박 정부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한덕수 총리는 이날 시정연설에서 "정부는 흔들림 없는 건전재정 기조 아래, 효율적인 재정운용을 치열하게 고민해 내년도 예산안을 마련했다"며 677조원 규모 내년도 예산안 주요 기조를 설명했다.
내년도 예산안 총지출 규모는 올해보다 3.2% 증가했다. 한덕수 총리는 "관리재정 수지 적자규모는 정부가 추진 중인 재정준칙 범위 내"라며 "국가채무비율은 48.3%로 전년 대비 0.8%p 소폭 증가하는 수준에서 억제했다"고 강조했다. 현 정부가 줄곧 강조해온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했다는 설명이다.
한 총리는 ▲맞춤형 약자복지 확충 ▲경제활력 확산 ▲경제체질 개선 ▲안전한 사회 및 글로벌 중추 외교 등 4대 분야를 중점 지원한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그는 "모든 복지사업 지원의 기준이 되는 중위소득을 내년에도 역대 최대인 6.4%로 올렸다"며 "생계급여를 연평균 8.3%로 대폭 인상해 내년도 4인 가구 생계급여액이 올해보다 월 12만원 늘어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는 유망 소상공인들이 소기업으로 도약하도록 스케일업 자금 5000억원을 지원하는 한편 온누리상품권을 역대 최대 규모인 5조5000억원 수준으로 발행한다. 지난해 대대적인 삭감으로 논란을 빚은 R&D 예산은 예년 수준으로 회복한 29조7000억원으로 AI, 바이오, 양자 등 3대 신산업과 12대 전략기술에 중점 투자한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산업 관련해선 메가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4조3000억원 규모 저리 대출을 제공하는 한편 기반시설 확충 속도를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한 총리는 "정부의 내년 예산안은 민생지원에 최우선을 두고 미래도약을 위한 체질개선과 구조개혁에 중점을 둔 것"이라며 "내년 예산이 적기에 집행돼 국민께 도움을 드리도록 법정시한 내 예산안을 확정해달라"고 국회에 주문했다.
한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대통령실에 "윤 대통령이 직접 시정연설에 참석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으나 대통령실은 불참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22대 국회 개원식에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으로서 불참하면서 여야 갈등의 불을 지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회의에서 "삼권분립 민주공화국에서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당연히 해야 할 책임인데 저버리는 것에 대해 도저히 납득이 어렵다"고 윤 대통령의 불참을 비판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비판이 터져나왔다. 배현진 의원의 경우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각종 논란들이 불편하고 본회의장 내 야당의 조롱, 야유가 걱정되더라도 당당하게 참여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의원 역시 "야당이 돌을 던져도 맞을 각오로 와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