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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김태혁 기자] 예상했던 결과였다.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계획을 사실상 백지화했다.청와대는 “확장되는 김해공항이 신공항”이라며 ‘영남권 신공항 공약 파기론’에 적극 대응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신공항이 주목을 받고 쟁점화될 때마다 그 뒤에는 정치권이 있었다.대선, 총선, 지방선거 등 각종 선거 때마다 신공항은 영남 민심에 호소하는 제1공약이 됐다. 영남권 신공항은 26년 전인 1990년 인천국제공항과 함께 필요성이 제기됐다. 2007년 당시 대선을 앞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신공항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본격적인 쟁점이 됐다.이후 입지평가위원회까지 구성해 가덕도와 밀양을 두고 실사를 벌였지만 갈등 구도가 극심해지자 경제성 미흡을 이유로 백지화했다. 이번 김해공항 확장 결정도 2011년 사태를 답습하고 있다. 2012년 당시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후보가 신공항을 공약으로 걸었고, 2014년 박근혜정부는 “충분한 수요가 있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했다.하지만 부산과 4개 시·도는 이전과 똑같이 여론전, 비방전을 펼치며 갈등이 극에 달했다. 결국 이번 정부도 가덕도나 밀양이 아닌 제3안을 선택했다. 이에 대해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나서 왜 이렇게 결정할 수밖에 없었는지 소상히 설명하고 국민께 사과하는 게 도리가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공약파기는 공약파기”라고 비판했다.우 대표는 “영남권 신공항 문제로 나라가 대단히 어수선하다. 그런데 이 문제를 대하는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논리가 매우 옹색하다. 김해신공항 건설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약속파기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건 김해신공항이 아니라 김해공항 신활주로다. 신활주로 사업을 신공항이라 말하는 건 국민을 속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한발 더 나아가 우 대표는 “차제에 이 문제를 둘러싼 국론분열 가속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의 설명과 그 후속조치를 국회에서 세우는 게 바람직한 수순이라 생각한다. 갈등을 더 키우자는 게 아니라 갈등을 잘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대통령과 국회가 나서야 한다. 애초에 공약한 대통령이 나서지 않고는 이 갈등이 정리될 수 없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부산과 대구 역시 김해공항 확장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이다.김해공항은 곧 포화상태에 이르기 때문에 애초부터 확장안은 거론조차 되지 않았는데 왜 뜬금없이 이 방안이 왜 나왔냐는 것이다.일시적으로 지역 대립을 무마하려는 정부의 의도가 묻어난 ‘꼼수’라고 생각하고 있다. 대부분의 지역주민들은 내년 대통령 선거 때 대선 후보들이 다시 영남권 신공항을 또다시 공약으로 내세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이 신공항을 미끼로 영남 흔들기를 다시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이번 신공항이 또다시 무산되면서 대구·경북지역 경제에도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쇠락해가는 지역 경제에 신공항은 한 줄기 희망이었지만, 이제는 절망감만 안겨준 그야말로 메가톤급 악재가 돼버렸다. 신공항이 백지화되면서 지역 주력산업의 해외활로를 기대하기가 힘들게 됐고, 신성장 동력 산업 육성에도 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이뿐만이 아니다. 안 그래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투자유치도 더욱 난관이 예상돼 지역 경제 전반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