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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상민 기자]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이 뜨거운 화제를 몰고 오며 700만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다.이런 인기에 힘입어 올 상반기 세계에서 상영된 수많은 영화들 가운데 최고의 영화에 꼽히는 영예도 누렸다.더 플레이리스트가 최근 발표한 '2016년 상반기 베스트 영화 톱20(The 20 Best Films Of 2016 So Far)'에 '10 클로버필드 레인(10 Cloverfield Lane)'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Captain America:Civil War) 등과 함께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이다.사실 곡성이란 영화를 보고 난 뒤의 개인적인 느낌을 한 단어로 딱히 표현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리고 어렵사리 고르고 골라 선택한 단어가 당혹감이다.다소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영화의 엔딩 크래딧이 화면을 채울 때는 적잖이 당황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아직 뭔가 할 얘기들이 남아있을 법한 화면에서 한동안 시선을 떼지 못했다.그런 느낌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 아닌 듯 인터넷 공간은 영화에 대한 해석으로 넘쳐났다. 복잡한 스토리와 다양한 장치들에 해석을 열어놓은 소위 ‘오픈 결말’이 더해지며 당혹감은 더욱 커졌다.그리고 내린 나름의 결론이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라는 정도다. 그런데 최근 사회현상을 보면서 영화 곡성의 묘한 데자뷰를 느낀다. 생판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사람이 백주대낮에 휘두른 흉기에 속절없이 죽어 가는 사람들. 그리고 소위 ‘묻지마 범죄’에 서로를 두려워하며 더욱 깊숙이 자신에 갇히는 사람들.우리는 어쩌면 영화 곡성에서처럼 눈에 보이지않는 끈들로 엮여 있고 다른 차원의 원인과 결말을 공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브렉시트를 결정한 영국의 혼란상도 마찬가지다. 탈퇴에 표를 던진 대다수의 사람들은 투표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새로운 현실에 봉착하며 당황해 하고 있다.기업들의 우려와 부정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은 물론 아시아 등 전 세계 시장은 브렉시트의 충격에서 벗어나며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반면 이번 사태의 진원지인 영국은 정착 더 큰 혼란에 빠져 들고있다. 영국의 브렉시트를 이끈 핵심 인물 가운데 한 명인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은 급기야 투표 전 자신이 했던 말들을 뒤집기까지 했다.영국판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쏟아진다. 브렉시트로 인해 야기되는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급기야 영국 내에서는 브렉시트가 발효되지 않을 방법을 궁리하기에 이르렀다. 브렉시트에 찬성표를 던진 수많은 영국민들이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다고도 한다.이 또한 영화 곡성의 논리로 보자면 선과 악을 구분하지 못한 우매한 장삼이사(張三李四)가 잘못된 선택을 한 결과다. 그리고 그 선택으로 인해 견뎌내야 하는 현실은 혹독하기만 하다. 선택의 소중함이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