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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과감한 규제개선과 지속적인 연구개발 지원 등을 통해 바이오의약품 산업을 우리 경제 발전을 주도하는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겠다.”지난해 12월21일, 박근혜 대통령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송도 제3공장 기공식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그로부터 반년, 제약업계는 정부의 제약산업 육성 정책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가 마련한 ‘신산업 육성 세제’ 초안에는 신산업의 대상 범위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화장품, 바이오(바이오의약) 등으로 한정했다.신산업으로 지정되면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비에 대해 최대 30%의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으며, 시설 투자에도 중견기업의 경우 최대 10%(대기업 7%)의 세액 공제가 적용된다.하지만 제약업계는 이번 초안에서 ‘신약 개발’ 분야만 포함됐을 뿐, 나머지 분야는 모두 제외돼 반발하고 있다.더욱이 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바이오업체들 경우에는 복제약을 개발해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제약업체는 신약을 개발할 경우에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당연히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지난해 8조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며 ‘잭팟’을 터뜨린 한미약품은 그 성공의 비결을 지속적인 R&D 투자에 있었다고 한다.이관순 한미약품 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더 비용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로 줄곧 R&D 투자에 전념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약업계는 한미약품, 녹십자, 유한양행 등 국내 대표 제약사들의 잇단 대규모 해외 수출 성사로 분위기가 한껏 고무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가 말한 것처럼 지속적인 R&D 투자를 단일 제약사의 힘으로만 실천해내기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A제약사 고위 임원은 “이제는 우리나라도 제약 분야를 산업으로 격상시켜 지속적인 지원과 투자 육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그럼에도 정부는 차별적이고도 뒷북 정책으로 제약업체들의 기운을 다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이 관계자의 말대로 우리 제약사(史)는 100년이 넘었지만 토종 신약은 30개도 안된다. 정부가 말로는 제약산업을 육성시키겠다고 하지만, 정작 지원 정책은 얼마나 미약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일례로 올 4월부터 일본뇌염 주의보가 발령됐는데, 정작 병원에는 영유아용 생백신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유는 정부가 관리하는 주요 백신 28종 가운데 국산화한 11종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모두 수입을 하고 있었고, 외국 상황에 따라 매년 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뒤늦게 정부는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를 설립해 현재 30%대에 머물고 있는 백신 국산화를 2020년까지 70%로 늘린다는 계획을 밝혔다.따라서 정부는 다시 고민해야 한다. 정부가 제약산업을 미래먹거리 산업으로 육성시키기 위해서는 제약업체들의 R&D 투자에 대한 폭넓은 세제 지원과 약가제도개선, M&A 활성화 그리고 과도한 세무조사 등에 대해서도 전면 궤도 수정을 해야한다.물론 제약업계의 자성도 필요하다. 업계의 고질적인 병폐인 불법 리베이트 근절에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하며, 단기 성과를 노리고 음료 개발·판매에만 치중하는 일부 제약사의 변질적 행태도 반성해야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