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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상민 기자] 우리 사회를 강타했던 가습기 살균제 공포가 치약으로 옮겨 붙으며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문제의 발단은 가습기 살균제 위해성분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 치약과 세제 등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이 같은 공포감은 생활화학제품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흰색 거품만 봐도 겁이 난다”는 시민들의 반응이 있을 정도니 공포감이 얼마나 큰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이와는 대조적으로 정부와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민들의 공포감이 지나치다고 입을 모은다.관리 당국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폐로 흡입했을 때와는 달리 삼키거나 점막으로 흡수했을 때는 유해성이 미미하다며 지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전문가들의 의견도 이번에 치약에서 발견된 CMIT/MIT는 극히 소량으로, 인체에 영향이 정도의 극소량이라는 게 지배적이다.회수된 A사의 치약에 포함된 CMIT/MIT 성분은 0.0044ppm으로, 실제 제품에서는 검출하기도 어려운 정도의 극미량이다. 참고로 유럽의 사용 기준은 15ppm으로, 이 기준의 3409분의1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공포감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그 이유는 뭘까? 국민들이 정부와 소위 말하는 전문가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는 불신이 이번 ‘치약사태’의 저변에도 폭넓게 깔려있는 것이다.가습기 살균제사건이 터지고 ‘진실’이 드러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가? 국민들은 치약사태의 진실도 그만큼은 아니더라도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 나서야 비로소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여기에 가습기 살균제의 인체 위해성을 알면서도 개인의 이익 앞에 침묵했던 한 교수에 대한 분노와 불신이 치약사태로 확장되면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공포감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다보니 자꾸만 의심하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관련기업의 조직적인 은폐 정황과 그것을 감시해야 할 전문가 집단의 유착이 드러나면서 의심은 현실이 되고 말았다.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는 상황을 수없이 목격한 국민들이 불신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일이 두 번, 세 번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치약사태가 터지자 해외 생활화학제품으로 눈길을 돌리고 온라인으로 직접 구매에 나서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해외 제품의 경우 CMIT·MIT에 대한 규제기준이 국내보다 오히려 더 느슨하다고 하니 웃지 못 할 해프닝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화학물질을 사용하거나 규제할 때 △효능 △부작용 △사회적 인식 △수급가능성(경제성) 등을 따지는데 CMIT·MIT는 국제적으로 효능과 부작용, 경제성이 검증된 안전한 물질로 보고 있다. 국내서는 일반적인 물질 사용 용도와 다르게 호흡기로 쐰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불거지면서 사회적 인식이 나빠진 측면도 있다.국민과 제대로 소통하려는 정부의 의지와 노력이 아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