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예술센터 공동제작 공모 선정작인 <국부>는 국가의 지도자가 한 나라의 아버지로 여겨지기까지 눈부신 공로, 국민의 존경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되묻는다.
전인철 연출가는 1979년 10월 26일 죽음 앞에서 태연자약(泰然自若)했던 최후의 순간을 반복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그의 ‘초인’적인 면모를 찬양하는 듯한 연출로 관객 스스로 작품을 검열하게 만드는 역설을 보여줬다.<국부>는 연출가와 배우들이 박정희라는 인물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2월 남산예술센터 시즌프로그램 기자간담회에서 전인철 연출은 “박정희라는 인물 위에 김일성의 이야기가 하나 더 겹쳐져 한반도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 거대한 이데올로기인 두 인물을 찬양하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으나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방향이 바뀌었다”며 “박정희의 정치를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않은 세대가 그를 어떻게 판단하는지, 나아가 어떤 판단을 하는 것이 옳은지에 관해 고민했으며, 거대한 이데올로기를 다루기보다는 변용되어 다양하게 해석되고 있는 인물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해는 박정희가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배우들은 각자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청년이었던 선배, 베트남전 참전 군인이셨던 아버지, 운동권 학생이었던 부모, 박정희대통령 기념관의 관계자를 만나 개인의 삶에서 각각 다르게 기억되고 있는 인간 박정희를 발견했으며, 생가가 있는 구미를 찾아 그가 어떤 존재로 기억되고 있는지 직접 확인했다.
국부를 예술로 풍자하고 비판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삶과 경험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지도자의 흔적을 통해 관객들도 ‘진정한 국부란 무엇인지’에 관해 생각해 볼 것이다. <국부>는 박정희의 삶을 추적하고 재연하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우리가 이 시대의 국부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작품이다.
공연 둘째 주인 17일(토) 공연이 끝난 후에는 이성재(충북대 역사교육과 교수), 전인철(연출), 권일(배우)와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예술이 지도자를 기억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한국 최초의 현대식 극장인 남산예술센터를 자세히 살펴보고 실제 무대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극장 투어, ‘어바웃스테이지’는 공연 시작에 앞서 오후 12시 20분부터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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