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지난 9월 17일 썬키스트, 봉봉 등으로 유명한 해태음료에 대한 인수의향서를 매각 주관사인 영국 금융사 바클레이즈에 제출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아사히 맥주가 해태음료의 매각을 결정, 인수 후보자를 물색해 왔다”면서 “하지만 동원그룹을 제외하고 마땅한 인수자가 나서지 않은 실정”이라며 “동원그룹의 인수의향서 제출은 사실상 단독 협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만약 동원그룹이 해태음료를 인수에 성공하면 롯데칠성, 코카콜라에 이어 단숨에 국내 음료시장 3위로 뛰어오를 수 있다. 실제로 해태음료는 현재 국내음료 시장점유을 약 7%를 보이며 음료업계 3위, 식품업계 8위에 올라있다.
이에 따라 동원그룹은 참치뿐만 아니라 음료를 포함한 식음료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M&A 전문가는 “동원그룹이 해태음료 인수에 나선 까닭은 주력사업인 참치 부문에 음료사업을 더해 종합식품업체로 거듭나겠다는 뜻으로 해석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원그룹의 김재철 회장의 차남인 김남정 상무의 본격적인 경영참여도 이번 해태그룹 인수 목적에서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공시에 따르면 김남정 상무는 현재 해태음료를 인수하려는 동원그룹의 지주회사인 동원엔트프라이즈의 지분 67.2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또 지난 9월8일 업계에 따르면 동원F&B는 전날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고 비상장 계열사인 동원데어리푸드를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으로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키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동원그룹은 김남정 상무, 동원엔터프라이즈→동원F&B→동원데어리푸드로 이어지는 수직 지배구조로 강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동원그룹은 지난 2005년에 덴마크우유, 지난 2006년에 해태유업 인수를 통해 유가공 사업을 시작한 이후 지난 2007년 두 회사를 합병해 동원데어리푸드를 출범시켰다”며 “동원데어리푸드는 지난해 당기순이익과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이 각각 155억원, 8.5%에 달하는 알짜배기 기업”이라며 “수직 지배구조의 강화로 김남정 상무의 동원그룹 계승이 가시화 됐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재철 회장이 한국투자금융그룹을 장남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대표에게 맡겨 승계를 완료한 것처럼 동원그룹도 동원엔터프라이즈를 주축으로 하되 동원F&B를 직접 맡게 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편, 김남정 동원시스템즈 상무는 지난 2004년 동원F&B 마케팅전략팀장으로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이후 동원산업 및 동원시스템즈 경영지원실장(상무)을 거쳐 현재 동원시스템즈 건설본부 부본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