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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상민 기자] ‘살충제 계란’ 파동의 여파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신선한 계란만 유통되고 있다거나 살충제 계란을 섭취해도 인체에 무해하다는 정부의 발표에도 국민들의 불안감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림축산식품부의 부실조사 논란이 터져 나오며 국민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는 양상이다.이런 가운데 23일에는 대만에서도 계란에서 우리나라와 같은 피프로닐이 검출돼 큰 파장을 낳고 있다. 대만 정부는 2000개에 달하는 산란계 농장에 대한 전면적인 샘플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국내산 계란 중 피프로닐 검출사건 처리’ 홈페이지를 마련해 매일 검사에 합격한 산란계 농장 정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발 빠른 조치를 취했다.유럽에서도 ‘살충제 계란’ 사태가 발발했으니 신선한 계란에 대한 논란이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지구촌 곳곳에서 살충제 계란 파문이 터져 나오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머릿속에서만 막연했던 불안감이 생산부터 관리, 유통에 이르기까지 엄격한 관리가 없이는 언제든 살충제 계란을 먹을 수밖에 없겠구나하는 ‘구체적 팩트’와 만나 명확한 증거를 가진 집단적 불안으로 체화되고 있는 것이다.급기야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그런 까닭에 살충제 계란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특히 농림부의 조사 결과 발표 뒤 안일한 샘플 선정과 검사항목 누락 등이 드러나며 국민들의 불안감에 기름을 부었다. 김영록 농축식품부 장관이 18일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오늘부터 농장에서 출하되는 모든 계란은 안전성이 확보됐으니 문제없다”고 밝혔지만 하루 만에 검사항목을 대거 빠뜨린 부실검사 농장이 420곳에 달한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의 신뢰를 한순간에 잃었다.전수조사에서 살충제가 검출된 계란 농장 52곳 가운데 31곳이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장이라는 사실은 국민들을 더욱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친환경 농장 2곳에서는 1973년 이후 사용이 전면 금지된 발암물질 DDT(디클로로디페닐트라클로로에탄올)가 검출되기도 했다.분노한 한 시민단체는 식약처와 농림부의 전·현직 장관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야당으로부터는 무능함을 이유로 사퇴를 종용받고 있다.그나마 계란에서 검출된 5종의 살충제에 대한 식약처의 인체 위해평가 결과가 인체에는 무해한 것으로 밝혀진 점은 다행이다. 우리 국민 중에서 계란을 가장 많이 먹는 상위 2.5%가 살충제 최대 검출 계란을 섭취한다는 최악의 조건으로 실시된 이 평가에서 살충제 계란이 인체에 해를 가할 정도의 독성을 함유한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산란계에 사용이 금지된 피프로닐에 오염된 계란을 성인이 평생 하루에 2.6개씩 먹어도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살충제 계란 파동이 진정되려면 먼저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국민들이 정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게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혼선과 부실, 무능이 최우선적으로 정비되어야 하는 것이다. 더불어 조작된 수치를 바탕으로 한 엉터리 통계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현혹시킨 사람들에 대한 인적 청산도 뒤따라야 한다. 이들이 국민들에게 던진 불안과 그로 인한 국가적 불신의 폐해는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먹거리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과 신뢰는 건강한 국가와 사회를 위한 최소한의 전제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