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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국내완성차업체의 부품 입찰 과정에서 낙찰예정자를 합의하고 시장을 분할하기로 담합한 행위 등에 대해 4개 자동차부품 사업자에게 시장명령을 부과하고 이 중 3개 사업자에 총 37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담합 행위는 두 자동차부품, 연료를 엔진부에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연료펌프 입찰과 엔진 효율을 높이는 장치인 가변밸브타이밍(VVT) 입찰 과정에서 시장분할과 낙찰예정자를 합의하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이는 각각 공정거래법 제9조 제1항의 4호와 8호를 위반하는 행위다.6일 공정위에 따르면 일본 덴소코퍼레이션(이하 덴소) 및 덴소코리아오토모티브 주식회사(이하 덴소코리아)와 현담산업 주식회사(이하 현담) 등 3개 자동차 연료펌프 사업자들은 2007년 8월경부터 2009년 2월 27일까지 현대기아차가 발주한 연료펌프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예정자를 결정하고 정보를 교환해 상대방보다 낮은 투찰가격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합의내용을 이행했다.또 담합에 합의한 VVT사업자들은 덴소, 덴소코리아, 델파이파워트레인 유한회사(이하 델파이파워트레인) 등 3개사로, 서로 시장을 침탈하지 않기로 2009년 6월 1일 합의한 후 2012년 5월 6일까지 이를 실행한 것으로 파악됐다.2009년 당시 VVT부품 시장은 덴소코리아와 델파이파워트레인이 양분하고 있었다. 이를 현대기아차가 신규견적요청서를 발행하는 등 경쟁을 유도하면서 단가인하에 대한 압력을 가하자 상호 투찰 가격 수준 등을 확인해 입찰하면서 서로의 영역에 진입을 자제하기로 합의·실행한 것이다. 이들 4개업체에 대해 공정위는 향후 합의 및 정보 교환을 금지하는 시정명령을 내리고, 계약금액과 위법행위 관련 법에 의한 부과율을 곱하는 방식으로 과징금을 연료펌프를 담합한 업체에는 298억8000만원, VVT 담합 업체에는 72억7400억원 각각 부과했다. 다만 일본 기업인 덴소에 대해서는 부품 계약 당사자가 아니고 관련 입찰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시정명령만 내렸다.한편 이들 담합 건은 공소시효가 이미 지나 검찰 고발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조사는 2012년부터 시작됐으나 해외 임직원 소환이나 자료 조사 등의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해외 기업 고발이 까다로운 국제담합사건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공정위 관계자는 밝혔다. 이번에 과징금을 부과받은 덴소코리아는 일본 기업인 덴소가 71%의 지분을 갖고 있는 국내 자회사다. 현담도 국내 사업자이나 지분을 95% 갖고 있는 일본 아이산 기업의 계열사로, 2015년 기준 국내 완성차업체에 연료펌프를 가장 많이 공급하고 있다. 델파이파워트레인 역시 미국 델파이가 70%의 지분을 갖고 있는 국내 소재 회사로, 이번 담합은 사실상 해외 기업에 의한 카르텔 행위였다고 규정할 수 있다.공정위 관계자는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자동차 부품시장에서의 국제 담합행위를 엄격히 제재해 소비자 후생과 자동차 산업 경쟁력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앞으로도 담합 행위에 대해 사업자의 국적 등을 불문하고 철저히 감시해 엄청하게 제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