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교육감의 교육현장 속풀이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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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교육감의 교육현장 속풀이 화제
  • 송병승 기자
  • 승인 2011.02.10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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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휘국 광주교육감 “평교사 출신 교육감, 정말 힘들다”

[매일일보=송병승기자] 지방권력의 대규모 교체에 성공했던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는 진보적 성향을 지닌 교육감들도 대거 당선됐다. 이에 따라 교육계에도 새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됐지만 변화의 바람은 쉽게 다가오지 않고 있다.

최대 화두였던 ‘무상급식론’의 경우 수도인 서울시에서 큰 마찰을 빚으면서 시행이 불투명한 상태이고 진보교육감의 대표주자로 손꼽히는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은 장학금 불법 지급 혐의로 기소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취임 초기부터 난항을 겪고 있는 진보 교육감의 소회를 담은 글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한마디로 거두절미해서 요약하면 ‘교육감 못해먹겠다는 소리’라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대한민국 교육현장의 문제점과 개선해야 할 문화를 조목조목 언급한 목소리에서는 묵직한 힘이 느껴진다.

“취임 후 보수쪽 사람 더 많이 만났는데도 태클, 그냥 싫고 못마땅한 듯”

“바꾸고 고치는 것 싫고 그냥 하던 데로 싶은 모양…뚜벅뚜벅 길 갈 것”

장휘국 광주광역시 교육감은 최근 한 교사들의 친목모임 인터넷 게시판에 원고지 30장 분량의 글을 게재했다. 이 글에는 취임에서 부터 현재까지 장 교육감이 진보교육감으로서 느낀 기쁨과 아쉬움 등이 담겨져 있다.

“취임 두 달 반, 1년처럼 느껴져”

장휘국 교육감은 “지난 6·2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우리 교육 이대로는 안된다. 바꾸고 고치자’는 시민들의 바람이고 소망이었다”면서 “이제 그 믿음과 성원을 뒷심으로 광주교육을 바꾸려고 하는데 곳곳이 지뢰밭이고 가시밭길이다. 여기저기서 흔들고 발목을 잡는다”며 글을 시작했다.

▲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사진=뉴시스)

장 교육감은 이어 “취임한 지 이제 두 달 반이 지났을 뿐인데 모두들 1년이나 된 듯이 생각한다”며,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돌아보면 많은 일을 했다”고 취임 후의 시간을 회상했다.

장 교육감은 외국어고 설립 문제 마무리, 초등학생 전체 무상급식 도입, 초등학생 1인당 학습준비물 4만원 지원, 중학생 전체 학교운영지원비 연간 23만여원 지원, 혁신학교 4개 지정, 개방형 감사관 임용, 학생인권조례 추진 등 우려했던 일들에 대한 업무 추진 성과에 대해서 소개했다.

특히 그는 “교과 원칙에 어긋나고 지나친 경쟁을 조장하는 예비학교와 방학 중 강제적 보충수업 및 자율학습 금지에 대해 일부에서 ‘(전교조)출신’ 교육감 뽑아 놨더니 역시 공부시키지 않으려 한다느니 학력이 떨어지면 책임져야 한다느니 사교육비 절감한다더니 사교육 조장하고 학원과 짜고 논다느니 하는 억지 논리로 흔들어 댄다”며 일부에서 나타나고 있는 진보교육감에 대한 비판에 대해 언급했다.

또한 그는 “촌지 없애고 비리 근절하자고 우표까지 붙인 서한을 학교별로 보냈으나, 일주일이 지나도록 가져가지 않은 학교가 있는가 하면 심지어 공적 모임이나 사적 자리에서 뒷담화로 삼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광주교육혁신추진단, 공약 실현 위한 것”

장 교육감은 “우리가 다 도둑놈인 것처럼 몰아간다”며, “무서워서 못살겠다. 인정도 없는 삭막한 사회를 만들려 한다고 하지만, 한 학교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부적절한 행태가 있다면 모두가 그러한 양 확대 재생산 되는 것이 학교 비리로, 학교이니까, 교육기관이니까 더 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육감은 자신에 대한 교육계 안팎의 냉소적인 시각에 대한 안타까움도 나타냈다. 그는 “뒷담화 내용들이 간접적으로 들려온다”면서 “‘잘해봐라’, ‘얼마나 가는지 보자’ 등의 뒤담화 내용들을 보면 정말 안타깝고 가슴 아프고 답답하다”고 속내를 밝혔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광주교육혁신추진단’ 발족과 조직개편에 대해서도 장 교육감은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취임 한 달 전인 10월 초에야 인수위가 구성되다 보니 2011년 교육계획을 세우고 추진하기에 주요 부서의 준비가 너무 미흡해 과장 몇 분을 바꾸고 한시적 기구로 교육혁신 추진단을 구성했다”며 “이는 직선 교육감으로 시민에게 약속한 공약과 정책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 특정 교원단체가 대거 들어왔다거나, 비공식적 권력 기구가 교육감처럼 군림한다. 교감도 안해 본 평교사가 단장으로 과장처럼 장학관 위에서 결재하려 한다는 등 우려의 목소리가 크고 많다”고 밝혔다.

더불어 조직개편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서 장 교육감은 “정말 힘들다”면서 “변화와 발전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위해 조직을 개편하는 것은 그동안의 비효율적이거나 중복된 기구를 조정하고 업무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것인데 그것이 제왕적 발상이고 옥상옥, 평교사 출신을 앉히려는 위인설관이라고 한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전했다.

▲ 지난해 대학능력시험일 당시 한 고등학교를 찾아 수험생들을 격려하고 있는 장휘국 교육감.(사진=뉴시스)


“새로운 도전의 길, 용기 넣어 달라”

장 교육감은 자신에 대해 “40년 교육생활에서 부장교사도 한번 안 해 본 평교사 출신”이라며, “다들 못마땅한가 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한쪽 말만 듣지 말라고 해서 취임 후 진보쪽 보다 보수쪽 사람들을 더 많이 자주 만났는데도 자꾸 태클하는 이유는 다른데 있는 것 같다”며, “그냥 싫은가보다. 바꾸고 고치는 것이 싫은가 보다. 그냥 하던 데로 싶은가 보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이어 장 교육감은 “모이기만 하면 소주 안주 삼는 것, 주변에 은근히 흘려서 여론을 호도하는 것, 정말 가슴 아프다”면서 “일희일비하지 않고 뚜벅뚜벅 진보의 길, 변화와 발전의 길, 새로운 도전의 길을 걸어가고자 한다”고 다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혜와 힘을 모아 화합하고 배려하면서 함께 가는 자랑스런 광주교육감이 되도록 용기를 넣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장휘국 교육감의 이같은 소회를 읽은 광주시교육청 한 관계자는 “진보교육감으로서 그동안 취임 이후 느낀 점들을 후배 교사들에게 가감없이 전달한 것 같다”며 “장 교육감은 교육변화와 발전에 대한 자신의 진정성이 호도되는 것을 무척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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