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잘못 짚어"
[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청와대가 제안한 협치내각 구성과 관련해 완강한 입장을 보이던 자유한국당이 31일 협치내각을 고려하는 조건으로 소득주도성장을 근간으로 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의 대전환'을 요구했다.김병준 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협치내각의 조건으로) 정책적인 방향이 전환돼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뭔가 잘못 짚은 것 같으니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자(는 제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경제를 생각하면 미래가 안 보일 정도로 심각한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장관 한두 명을 앉혀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며 "소득주도성장은 잘못인 만큼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 당장 협치내각은 안되는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앞서 지난 23일 2기 내각 구성을 고심 중인 문재인 정부는 개각을 앞두고 야당 인사의 입각을 포함한 협치내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야당을 국무회의에 참석시키는 연정에 해당하는 중요 구상이다. 여소야대 정국에 국회선진화법까지 존재하는 상황에서 민생 법안 통과와 인사청문회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여야 협치를 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야당 인사에게 입각 기회를 제시하는 대신 협치내각을 내세운 것이었다.그러나 야당은 일제히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그중에서도 협치내각을 두고 가장 반대한 정당은 한국당이었다. 특히 원내사령탑인 김성태 원내대표는 협치내각 발표 직후부터 지금까지 "범여권 위성정당 포섭에 나서려는 모양새"라거나 "경제 실정으로 궁지에 몰린 청와대가 대결정치 구조를 만드려는 시도"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그러나 완강한 입장을 보이던 한국당도 최근엔 협치내각을 고려하고 있다. 특히 지난 25일 당의 정책위원장을 겸임하는 함진규 비대위원은 비대위 회의에서 "정부가 실패로 입증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 실험을 중단하고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규제개혁과 노동개혁에 나선다면, 적극적으로 협치할 준비가 돼 있다"며 입장변화를 나타낸 바 있다.한편, 정치권에서는 협치내각은 결국 비교섭단체이자 여당과 궤를 같이하는 범진보 정당(민주평화당·정의당)에게 장관직 일부가 돌아가는 '소연정' 형태가 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 민주당·민주평화당.정의당 범진보 진영의 국회 의석을 모두 합치면 157석이다. 이에 더해 협치내각의 조건으로 '연정협약서'를 제안한 바른미래당까지 포함하면 183석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키고 쟁점법안 등 개혁입법을 무난하게 처리할 수 있는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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